애플이 내년 출시를 앞둔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의 흥행을 놓고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아마존과 구글의 시장지배력이 강력한 상황에서 높은 가격도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내년 상반기에 자체 음성인식서비스 ‘빅스비’를 적용한 인공지능 스피커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시장진입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 애플이 출시를 앞둔 인공지능스피커 '홈팟'. |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이 내년부터 판매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흥행 여부를 놓고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고가 스피커 출시계획은 전략적 실수”라며 “아마존과 구글 등 경쟁작 사이에서 길을 잃고 주류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이 최근 출시행사에서 공개한 홈팟은 음성인식서비스 ‘시리’를 적용해 사용자가 음성명령으로 사물인터넷 기기를 동작하거나 음악 등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구글홈’, 한국에 출시된 ‘카카오미니’ 또는 네이버 ‘웨이브’와 유사하다.
애플은 홈팟에 고성능 음향기술을 적용해 350달러의 고가에 판매하기로 했다. 아마존과 구글의 경쟁작과 비교하면 5~7배 정도 높은 가격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홈팟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판매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마존과 구글이 스피커 자체로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전략과 상반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아마존 에코의 올해 판매량은 2천만 대, 구글홈의 판매량은 700만 대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합산판매량이 6배 가깝게 급증했다.
아마존과 구글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다양한 할인행사 등으로 저가에 보급하며 쇼핑과 동영상 등 자체 서비스의 사용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경우 반대로 고가 스피커에서 수익을 내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사용자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 콘텐츠사업 확대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특성상 사용자들이 여러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이미 있는 제품과 연동할 수 있는 콘텐츠와 사물인터넷 기기를 구매하는 생태계 효과가 강력해 신규업체의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인공지능 스피커에 애플이 강조하고 있는 고품질 음향기술은 소비자에 장점이 되기 어렵다”며 “사업전략을 완전히 처음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도 내년 상반기에 자체 음성서비스 빅스비를 적용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는데 가격정책을 놓고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달러 안팎의 가격에 스피커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만의 기술을 적용한 고품질 음향성능을 차별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음성서비스 '빅스비'. |
애플 홈팟과 비교하면 저렴하지만 아마존 에코와 구글홈 등에 비교하면 3~4배 정도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이다.
아마존과 구글,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동할 수 있는 자체 콘텐츠 또는 쇼핑 등 서비스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TV와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 및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생태계 경쟁력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콘텐츠와 서비스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도 애플과 마찬가지로 고가 인공지능스피커를 통해 흥행을 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아직 개발단계로 정확한 출시계획이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제품 출시 등 사업전략에 변화를 추진할 여유가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