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하는 AP(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 경쟁력이 불안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5G통신 등 핵심 신기술에서 선두업체인 퀄컴이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사업에서 퀄컴에 의존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술 발전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외신을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갤럭시S9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엑시노스 AP 신제품의 성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퀄컴이 최근 공개한 새 AP ‘스냅드래곤845’의 구동성능이 이전작보다 대폭 발전한 것으로 나타나며 삼성전자가 충분히 맞설 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오써리티는 “스마트폰에서 AP가 담당하는 기능은 갈수록 다양하고 중요해지고 있다”며 “퀄컴과 삼성전자, 화웨이 등 주요업체의 성능경쟁이 치열하다”고 파악했다.
퀄컴 스냅드래곤845와 화웨이 ‘기린970’, 애플 아이폰X에 탑재된 ‘A11바이오닉’ 등 최신 AP는 모두 인공지능 연산에 활용되는 별도의 고성능 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기기의 인공지능 AP 탑재는 음성인식 등 사용자 맞춤형 기능을 강화하거나 사물을 자동인식해 카메라 체감화질을 높이는 등 기술에 활용할 수 있어 점점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P ’엑시노스9810’의 구체적 성능정보와 인공지능기술 적용 여부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주요 반도체 경쟁사들이 앞다퉈 관련한 기술을 홍보하고 있는 것과 반대된다.
안드로이드오써리티는 “삼성전자는 아직 엑시노스의 인공지능 관련기술을 언급하지 않는 특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아직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제품을 놓고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등 주력 스마트폰에 퀄컴 AP와 엑시노스를 나누어 탑재하고 있다. 특허와 통신규격 등 문제로 엑시노스 AP를 모든 제품에 탑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엑시노스의 성능이 퀄컴 AP와 맞먹을 정도로 발전해 성능격차 등은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퀄컴 AP 탑재 제품에서 인공지능 관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엑시노스가 이를 지원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큰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반도체에 인공지능 관련 설계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스마트폰에 기술적용을 늦추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는 퀄컴의 AP를 모든 주력스마트폰에 탑재해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며 엑시노스 시리즈 탑재를 당분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 인공지능 전용 별도 프로세서를 탑재한 퀄컴 '스냅드래곤845'. |
2019년부터 5G 통신보급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엑시노스 시리즈에 위기로 꼽힌다. 5G규격을 지원하는 통신칩 개발과 상용화에 퀄컴이 크게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이 스냅드래곤 AP에만 5G 통신칩 탑재를 허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5G 기반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퀄컴 AP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반도체와 5G통신칩 설계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시기는 불투명하다. 엑시노스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발전이 더 다급해진 셈이다.
모바일AP 적용분야는 스마트폰을 넘어 PC와 가상현실기기,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기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런 성장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장을 신규선임하고 설계부서를 별도로 분리하는 등 조직쇄신을 실시했다. 반도체 설계기술 확보에 더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변화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