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중소형 올레드 생산투자 규모를 대폭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중국 패널업체들의 추격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올레드에서 실제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만큼 자칫하면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8일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에 큰 투자를 벌일 가능성이 가장 뚜렷한 업체”라며 “내년에도 관련한 장비 반입 등 증설투자 규모를 늘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2%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워치용 패널을 제외할 경우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올레드의 주요고객사가 아직 LG전자와 구글에 불과한 데다 V30과 픽셀2XL등 올레드패널을 적용한 신제품의 판매성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의 품질문제와 수율부진에 따른 양산지연 등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려면 투자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6세대 패널 원판 기준 월 3만 장 규모의 중소형 올레드 증설을 확정했다. 최근 1만5천 장을 추가했고 내년에 4만 장 가까운 규모의 추가투자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까지 예정된 투자가 마무리되면 LG디스플레이는 월 14만 장 가까운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생산능력 추정치인 월 20만 장 정도에 근접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안정적 고객사 기반도 확보해 본격적으로 기존 생산투자의 결실을 수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지금 계획대로라면 실제 사업성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수조 원의 시설투자를 벌이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앞날이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애플 아이폰의 올레드 공급사로 진입하는 목표를 두고 사업진출을 확대했다. 의미있는 공급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지 확인하려면 최소한 2019년 상반기는 돼야 한다.
주요고객사이자 계열사인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장기간 고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 LG전자에 중소형 올레드 공급을 대폭 늘리지 못할 경우 남은 희망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현지 패널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강력해지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 1위 패널업체인 BOE를 제외한 중화권 기업들이 실제 양산기술을 확보해 중소형 올레드사업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그동안 유력했다.
하지만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패널업체들의 투자가 올레드로 집중되며 충분히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 4개 업체가 의미있는 규모로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 LG전자 스마트폰 'V30'에 적용된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패널. |
전자전문매체 EPS뉴스는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패널업체들이 현지정부의 생산투자와 기술개발을 모두 지원받는 만큼 마음놓고 물량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IHS마킷은 BOE가 이미 화웨이와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상위 스마트폰업체 10곳을 중소형 올레드 고객사로 확보해 중국 패널업체들이 내수시장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진출에 공격적 의지를 보였지만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며 “중국업체들의 올레드사업 진행상황이 예상보다 빨라 변수가 늘었다”고 바라봤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4년 동안 중소형 올레드와 대형올레드에 각각 10조 원의 시설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장전망에 훨씬 긍정적 평가를 받는 대형 올레드TV패널 중심으로 투자계획 전환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형 올레드와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투자계획 및 비중은 투자여력과 시장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