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7-11-02 15: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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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율경영제를 도입한 점을 놓고 외국언론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차의 글로벌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프랭크 에어런스는 1일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칼럼에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율경영제 도입을 놓고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판매부진을 겪는 가운데 이를 바꾸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 것”이라며 “토요타, 폴크스바겐, 혼다 등 다른 글로벌 완성차회사는 이전부터 도입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역사상 기념비적 일”이라며 “현대차는 한국 재벌기업에서 일반적 유교적 기업문화 위에서 하향식 경영을 통해 성장해왔다”고 바라봤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현장에 권역별 자율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현지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본사의 역할과 기능을 일부 조정한다고 10월26일 밝혔다. 본사의 권한과 책임을 각 권역으로 나눠 현장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본사의 권한이 막강한 탓에 해외생산 및 판매법인이 빠르고 능동적으로 현지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에어런스는 “예를 들면 현대차 북미 생산법인은 북미 판매법인이 아닌 서울 본사에서 생산 관련 지시를 받았다”며 “이 때문에 북미 판매법인은 수요와 공급 문제를 겪었는데 서울 본사가 북미 판매법인에 지시한 판매목표와 북미 생산법인에 요구한 생산목표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가 미국에 SUV 제품군 부족으로 판매부진에 빠진 이유도 현대차 북미 판매법인이 판매활동을 못해서가 아니라 현대차 서울 본사가 미국의 SUV 유행을 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율경영제를 도입한 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뜻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에어런스는 “한국 재벌기업들은 회장의 뜻을 따른다”며 “창업주의 아들이자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 시대를 연 정몽구 회장의 허락이 없었다면 글로벌 조직개편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자율경영제 도입은 긍정적”이라며 “현대기아차가 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권역별 조직에 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줘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런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에서 18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차 글로벌 홍보부문에서 일했다. 올해 8월 미국에서 현대차의 기업문화와 성공전략을 담은 책 ‘Seoul Man(서울 맨)’을 출간했다.
현재는 오토모티브뉴스, 포브스 등 외국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