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와 호텔신라가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면세점을 유지할까?
시내면세점이 늘어나면서 공항면세점의 매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가 임대료마저 뛰어 수익성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
▲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왼쪽)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29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인천공항공사와 공항면세점 임대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9월12일 롯데가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청한 뒤 18일까지 3차례에 걸쳐 협상에 들어갔지만 서로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호텔롯데는 사드보복으로 매출이 급감했는데 3년차가 되는 올해 9월부터 인천공항면세점 임대료가 크게 뛰면서 ‘면세점 철수’라는 카드까지 내보이며 임대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5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4조1천억 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했는데 3~5년 차에 전체 금액의 70%를 내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경쟁에서 발을 뺐다. 당시 사업확장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올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은 따냈지만 수익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업계 3위인 신세계면세점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면세점의 상장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공항면세점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임대료와 특허수수료 인상폭을 감안하면 내년 인천공항면세점 적자가 2천 억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도 수백억 원의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해외에 진출해 기반을 다져둔 상태라 공항면세점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베트남 다낭, 일본 도쿄 긴자 등에서, 호텔신라의 경우 싱가폴, 일본, 태국 등지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면세점의 경우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면서 임대료 비용을 감당해 가고 있다.
면세점 하면 공항면세점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내면세점이 여러 곳 생기면서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공항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공항면세점 비중은 2011년 38%였으나 지난해 22.6%까지 감소했다. 반면 시내면세점은 지난해 72.6%를 차지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2012년 시내면세점 매출이 공항면세점 매출을 앞질렀고 지난해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졌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다르게 시내면세점이 많아서 공항면세점의 장점은 많이 사라졌다”며 “면세점에는 평소에 비싸서 못 사던 것을 할인받아 사려고 가는 것인데 비행기 타러 오가는 사이에 얼마나 사가겠나”라고 말했다.
시내면세점 사업장 수는 내년 상반기 신세계 강남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영업을 시작하면 24개가 된다. 서울시내만 13개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