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10-12 17: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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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에 뛰어들 조짐을 보이면서 LG화학과 삼성SDI가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주행거리 확대뿐 아니라 충전속도를 줄이는 등 배터리 기술력을 높이는 데 더욱 속도를 더욱 내야 한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로스 세프코비치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유럽 주요 완성차업체인 다임러, 르노삼성 및 독일 화학업체 BASF 등을 초청해 배터리 생산을 위한 논의를 벌였다. 이를 위해 EU는 약 22억 유로(한화 약 2조9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일본, 한국 등 배터리업체에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9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전기 모빌리티 컨퍼런스’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요 그래프가 2020년, 2030년에는 마치 하키스틱 모양이 될 것”이라며 “배터리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직접 배터리 생산에 나설 경우 LG화학과 삼성SDI는 유럽에서 배터리공급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아온 만큼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700억 유로(한화 약 96조6500억 원)를 전기차 생산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00억 유로(한화 약 67조8천억 원)는 배터리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SDI의 주요 고객사인 BMW도 중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이 자국 배터리산업을 보호하고 나서자 유럽으로 눈길을 돌려 대응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두 회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중국 배터리시장에서 사실상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유럽 폴란드에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생산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으며 삼성SDI도 2018년 상반기 헝가리 배터리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해 기존 고객사들에 효율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고 추가적인 고객사 확보에도 힘쓰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까지 LG화학과 삼성SDI가 기술개발에 힘써 진입장벽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배터리의 주행거리 확대와 함께 충전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전기차배터리는 고속 충전을 해도 완충되기까지 1시간가량 걸리며 개발 중인 배터리의 경우에도 20~30분은 소요된다.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GM의 순수전기차 볼트도 1시간 동안 약 80%가 충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연기관차의 주유시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지는 셈이다.
최근 도시바가 6분 충전으로 320km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를 선보인 데 이어 혼다, 닛산 등도 15분 충전으로 240km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고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빨리 상용화하는 것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전기차배터리는 장착되는 차종이나 주행거리 등에 따라 충전시간이 달라진다”며 “주행거리 확대와 함께 배터리의 충전시간을 당기기 위해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