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제품 ‘아이폰X’의 양산이 늦어지는 데 대응해 아예 전략을 바꿔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며 강력한 마케팅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내놓을 ‘갤럭시S9’의 출시시기와 아이폰X의 판매시기가 겹쳐 수요를 잠식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팀 쿡 애플 CEO. |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7일 “애플의 아이폰X 출시계획에 큰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양산이 늦어지며 애플이 갈수록 큰 위기감을 안게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주요 부품업체들에 아이폰X의 부품공급량을 당초 계획의 60%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는 1~2개월 뒤로 공급을 미뤄달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X의 대량양산에 계속 예상보다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8의 초반 흥행에 고전하는데다 고가모델 아이폰X까지 물량부족으로 판매하지 못할 경우 큰 손실이 불가피해 판매전략에 공격적인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량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량 반등을 추진하기 위해 아이폰X에 통신사 보조금과 같은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며 ‘뒷심’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런 전략변화가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S9 판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9를 이전작과 같이 2월 공개하고 3월부터 글로벌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 시리즈는 보통 출시 초반 2개월 정도에 판매량이 집중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애플이 아이폰X에 물량공세를 벌일 경우 갤럭시S9가 경쟁구도에 놓여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거나 똑같이 마케팅비 지출을 늘려 수익성에 타격을 받는 등 영향이 불가피하다.
아이폰X가 이미 9월 공개된 만큼 내년까지 소비자들에 신제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갤럭시S9도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는 접는 스마트폰 등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까지 지금과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갤럭시S9를 보는 소비자들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에서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등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실적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도와 중국 등 저가제품의 인기가 높은 신흥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제조사에 밀려 점유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김운호 IB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과 출하량은 모두 큰폭으로 감소해 이전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프리미엄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정체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갤럭시S8의 흥행효과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가 향후 스마트폰사업 성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에 애플의 공세가 강력해질 경우 스마트폰사업 반등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3월에 별도 출시행사를 열고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 신모델도 공개하고 있다. 내년에도 갤럭시S9와 비슷한 시기에 성능을 높인 새 모델을 선보일 공산이 크다.
전자전문매체 맥루머는 “애플이 내년부터 화면크기를 키운 ‘아이폰SE플러스’를 처음 선보이며 상반기 스마트폰 라인업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폰X의 출시가 늦어지며 하반기 갤럭시노트8의 흥행에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스마트폰사업에서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X의 출시지연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스마트폰 실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 아이폰X 양산이 본격화되면 삼성전자의 부품공급이 늘어 실적에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