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시그니엘서울에서 진행된 롯데그룹 여성임원 간담회에서 여성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겠다고 의지를 보이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롯데그룹은 유통과 식음료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그룹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전체 임원 550여 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21명에 그친다.
21일 롯데쇼핑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롯데쇼핑 전체 임원(사외이사 제외) 142명 가운데 여성은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포함해 단 10명에 그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헬스앤뷰티숍 등 4개 유통사업부와 서비스사업부인 시네마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여성이 주요 소비자인 업종이지만 여성임원 비중은 매우 낮다.
그나마도 눈에 띄는 인물들은 대부분 법조계 출신이다.
롯데쇼핑 여성임원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은 김현옥 상무는 검사 출신이다. 김 상무는 2015년 롯데그룹에 영입됐다.
롯데그룹 전체를 봐도 여성임원은 21명에 불과하다. 올해 초 롯데그룹에서 만 40세의 최연소 여성임원이 탄생했는데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임원은 더욱 줄어든다. 전무 이상 여성임원은 신영자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뿐이다.
롯데그룹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창립 이래 여성임원은 2011년 초 외부에서 영입된 박기정 롯데백화점 이사가 최초였다. 2012년에서야 내부출신 여성임원이 처음 나왔다.
롯데그룹에서 유리천장이 유독 높은 이유는 특유의 보수적 기업문화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가부장적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성격이 롯데그룹 인사에서 그대로 작동돼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여성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성임원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여성임원은 3명에서 21명으로 7배 늘었다.
신 회장은 기회날 때마다 여성인재를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5년 롯데그룹 여성리더십포럼에서 여성임원을 전체 임원의 3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출범한 기업문화개선위원회에서도 여성 리더십 육성을 개선과제로 꼽았다.
그 결과 여성 간부사원(과장급 이상)의 수도 2008년 95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870여 명까지 증가했다.
여성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30%에 이른다. 30대 기업의 여성 임직원 비율 평균이 23%다. 매년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40%가량은 여성을 뽑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그룹 여성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롯데그룹에서 여성인재들의 다양한 의견과 행동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며 “여성인재들이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롯데그룹에서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