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시장이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중심 사업전환과 유럽국가들의 정책변화에 힘입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고객사에 전기차배터리 공급비중이 높고 유럽 생산공장도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는 삼성SDI가 이런 시장변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약 80개의 전기차 신모델을 출시하는 공격적인 사업전환을 발표했다”며 “전기차시대에 자신감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차만 출시하는 계획을 내놓고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2020년부터 모든 라인업에 전기차를 추가하기로 하는 등 최근 완성차기업들의 체질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당국의 규제강화로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일제히 선제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의 가파른 시장성장이 미칠 영향은 자연히 핵심부품인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업체 주가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시대의 개막이 빨라지는 것은 기술경쟁력에서 앞서있는 한국 배터리기업들에 즐거운 일”이라며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 출시를 갈수록 앞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럽에서 점유율이 높은 BMW와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업체를 전기차배터리 주요고객사로 확보한 삼성SDI에 시장성장의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시장은 상반기에만 56%의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유럽국가들이 전기차 육성정책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연구원은 “영국과 프랑스, 노르웨이에 이어 독일이 전기차 의무판매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논의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삼성SDI는 유럽고객사에 전기차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헝가리에 배터리 신규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가동은 내년 하반기부터로 예정됐는데 최근 양산시기 목표를 상반기로 더 앞당겼다.
중국업체에 공급이 어려워진 중국 생산공장의 전기차배터리 물량도 적극적으로 유럽에 들여와 공급하고 있다. 급격한 시장확대 가능성에 따라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모두 갖춰낸 셈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의 자동차배터리 매출에서 유럽고객사의 비중은 9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유럽 자동차업체의 전기차 생산증가로 얻는 수혜가 극대화될 수 있다.
▲ 삼성SDI가 개발해 공급하는 전기차배터리 솔루션. |
하지만 삼성SDI의 주요고객사인 폴크스바겐이 배터리업체에 의존이 높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전기차배터리 기술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우려로 꼽힌다.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500억 유로(약 67조 원)을 들여 차세대 배터리기술을 직접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을 내놓았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삼성SDI 등 상위기업과 협력할 필요가 작다.
하지만 삼성SDI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완성차기업들이 뒤늦게 전기차배터리 연구개발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다”며 “배터리 전문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이 전기차시장의 성장속도가 앞당겨진다면 완성차기업들이 자체 기술개발에 나설 시간은 더 촉박해지는 만큼 전기차배터리업체들의 영향력은 더 강력해질 공산이 크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참가를 밝히며 “삼성SDI의 배터리기술력은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기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발전에 크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