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09-12 17: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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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부품업체 무라타가 소니 배터리사업을 인수한 뒤 소형배터리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SDI는 중대형배터리사업으로 여력이 분산된 상황인 만큼 소형배터리사업에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 전영현 삼성SDI 사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무라타가 소니의 배터리사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소형배터리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무라타는 2020년까지 500억 엔(약 5204억 원)을 들여 싱가포르 및 중국 우시에 있는 배터리공장을 증설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스마트폰 및 태블릿용 배터리 점유율을 기존 15%에서 20-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SDI는 무라타의 공격적인 배터리사업 확장에 따라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무라타가 올해부터 삼성전자에 소형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삼성SDI와 스마트폰용 배터리부문에서 경쟁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장착한 배터리가 발화하면서 올해부터 중국 배터리업체 ATL이 공급하던 배터리 물량을 무라타 제품으로 대체했다. 업계에서는 무라타의 배터리가 ‘갤럭시S8’을 시작으로 ‘갤럭시노트8’에도 적용된 만큼 ‘갤럭시S9’에도 무라타 제품이 일부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삼성SDI는 현재 갤럭시노트8용 배터리 가운데 8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라타가 전자제품에 필수적인 EMI필터, SAW필터, 와이파이·블루투스모듈 등도 생산하고 있는 만큼 배터리까지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게 되면 삼성SDI보다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애플을 놓고도 소형배터리 공급점유율에서 경쟁구도에 놓일 수 있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SDI, ATL, 무라타 등 여러 업체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아왔다. 곧 공개되는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X’에도 삼성SDI 배터리가 일부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라타가 이번 배터리사업 확장을 기점으로 애플을 포함한 세계 3대 스마트폰업체에 선두 배터리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삼성SDI와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것을 예고한 셈이 됐다.
니케이아시안리뷰는 “무라타가 소니배터리사업을 운영하게 되면서 삼성SDI, LG화학, 파나소닉 등 전통적인 배터리업체들과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는 전 세계 소형배터리시장에서 지난해 점유율 23%로 1위를 지켰지만 중대형배터리사업에도 집중하고 있어 소형배터리사업에 온전히 역량을 쏟을 수 없다.
삼성SDI는 내년 하반기 중대형배터리사업에서 흑자전환을 목표로 두고 중대형배터리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수요에 따라 유럽 헝가리 배터리공장에 증설투자도 계획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국내 울산 자동차용 배터리공장도 증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무라타는 스마트폰을 위주로 전동공구, 진공청소기 등에 사용되는 소형배터리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장증설에 투입하는 자금 외에도 연간 약 2064억 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소니의 배터리사업이 PC 및 모바일 등 전자제품 중심이었던 만큼 무라타는 주로 전자제품에서 인수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일본 소니는 1991년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했지만 2010년부터 배터리사업에서 적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7월 무라타에 관련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무라타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북미고객사 등에 배터리공급을 추진하는 작업은 계속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