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이 해외에서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해외부분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필리핀 현지은행인 이스트웨스트은행의 지분 20%를 매입하기 위한 인수전에 단독입찰했다. 이스트웨스트은행은 필리핀 필인베스트그룹(FDC)이 최대주주인 현지 13위권 은행이다.
8월 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일본 아오조라은행이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는데 KB국민은행과 일본 아오조라은행은 마지막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 임원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을 만나 계약과 관련된 의견을 나누기도 했던 만큼 인수계약이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위 행장이 행장에 오른 뒤 한 달 만에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금융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해외 현지은행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스트웨스트은행 지분 20%를 인수해 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미얀마에 이르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베트남의 현지 금융회사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행장이 8월 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만남도 포기하고 인도로 출장을 가는 등 인도에서 추가적인 인수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한은행이 상반기에 순이익 기준으로 KB국민은행에 1등은행 자리를 내준 만큼 KB국민은행보다 앞서 있는 해외부문에서 더욱 격차를 벌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순이익 1조1043억 원을 거둬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에 머물렀지만 해외부문에서는 격차를 크게 벌렸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해외점포에서 순이익 115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상반기에 해외점포에서 순이익 56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67% 줄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올해 해외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2008년 이후 해외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만큼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한은행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의 경우 지분 20%로는 경영권이 확보되지 않는 수준인 데다 인수대금도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스트웨스트은행 주가는 지분매각 과정에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데다 실적호조세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이 인수전 막판에 발을 뺀 것 역시 윤종규 회장이 11월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앞두고 고가매입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감안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용병 회장은 “이스트웨스트은행의 지분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여러가지 전략적 의미가 있다”며 “숫자만 보는 게 아니라 앞으로 비즈니스와 플랫폼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단기간에 현지 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약을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일정수준의 지분을 인수해 배당수익 및 매각차익 등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 행장은 조 회장의 전략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해외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다만 이스트웨스트은행 지분 20%를 인수하는 대금이 얼마일지에 따라 ‘승자의 저주’라는 꼬리표가 붙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