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한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이 30년 이상 몸담았던 씨티은행에서 물러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 회장은 최근 씨티은행 이사회에 사퇴의사를 밝혔다. 하 회장의 임기는 2016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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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 |
하 회장은 이른 시일 내로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아직 하 회장의 거취에 대해 공식발표는 없다”며 “KB금융 회장 2차 후보가 발표되기 전까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회장은 KB금융 이사회가 지난 2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선정한 신임 회장 1차 후보 7명에 포함됐다. 그는 지난 6일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KB금융 회장후보 선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씨티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아 현직 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 회장이 직접 KB금융 회장인선에 참여하겠다고 말했을 때부터 사실상 씨티은행에서 물러나려는 뜻을 굳힌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 회장이 물러날 뜻을 밝히면서 씨티은행은 다음 은행장 선임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금융그룹장을 맡은 박진회 수석부행장과 조엘 코른라이히 소비자비즈니스총책임자 겸 수석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 회장이 씨티금융지주 회장에 물러날 뜻을 밝힘에 따라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후보는 하 회장을 비롯해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등이다.
하 회장은 2004년과 2007년 국민은행장 선정 때에도 후보로 거명됐고 지난해 KB금융 회장을 뽑을 때도 회장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하 회장이 공개적으로 KB금융 회장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은 오는 16일 열리는 KB금융 회추위에서 선정할 2차 회장후보 4명에 하 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하 회장은 14년 동안 은행장으로 일하며 풍부한 금융경력을 쌓았다. 그는 1981년 씨티은행에 입행해 2001년 한미은행장으로 잠시 자리를 옮긴 것을 빼고 줄곧 씨티은행에서 근무했다. 그는 2004년 씨티은행장을 맡은 뒤 지금까지 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하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통화스와프협정 체결을 도우면서 그때 기획재정부 차관보였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씨티은행 부행장이었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인연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