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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 <뉴시스> |
KB금융지주 다음 회장 선출과정에서 8인 후보 가운데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겸 한국씨티은행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유일한 현직 금융지주사 수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를 이끌던 사람이 바로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없었다.
이 때문에 하 회장이 후보를 승낙한 배경과 이후 거취에 대해 금융권의 시선이 넓어지고 있다.
◆ KB금융 회장에 도전하는 하영구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 회장은 6일 씨티은행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내 “지난 2일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회장 1차후보에 포함됐다는 통지를 받았다”며 “KB금융의 요청에 동의하고 평판조회 등의 과정에 참여할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애초 KB금융 이사회가 지난 2일 3차 회추위에서 결정한 차기회장후보 1차명단을 발표할 때 유일한 비공개후보였다. 김영진 KB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그때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예비후보 중 1명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직 금융지주사 회장이 경쟁사 회장직에 도전하는 것은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2004년 우리금융 회장을 거쳐 2008년 KB금융 회장이 됐으나 중간에 다른 일을 하던 기간이 있었다.
◆ 하영구 놓고 엇갈리는 시선들
하 회장이 KB금융 차기 회장후보가 된 데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하 회장의 경륜과 능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보내는가 하면 노조와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깊다.
하 회장은 1차 후보 8명 가운데 황 전 회장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금융지주사 회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또 2001년 한미은행장을 맡은 이래 5번이나 씨티은행장을 연임한 14년차 은행장이다.
하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오랫동안 함께 맡았기 때문에 현재 논의중인 KB금융 회장의 국민은행장 겸직에도 들어맞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 회장도 KB금융 회장후보 선정 뒤 “금융지주사 회장이 은행장을 같이 맡아서 일하는 게 일반적으로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KB금융 내부에서 하 회장에서 대해 상당한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외부인사인 탓도 있지만 하 회장이 씨티은행 노조와 구조조정을 놓고 갈등을 벌인 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회추위가 개최되기 전 김영진 위원장을 만나 “외부인사를 후보로 선정할 경우 출근저지 등 항의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금융의 수익성이 별로 좋지 않은 점도 장애물이다.
씨티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3323억 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줄어든 수치다. 자회사인 씨티금융판매서비스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올해 1월 청산했다. 한국씨티금융지주는 올해 말 씨티은행에 흡수합병된다.
◆ 하영구, 씨티은행 퇴직 공식화
하 회장이 공식적으로 KB금융 차기회장 인선과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그의 거취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하 회장은 지난해 씨티은행장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16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하 회장이 KB금융 회장에 도전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 회장은 2004년과 2007년 국민은행장 선출 당시에도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함께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하 회장은 당시 공식적으로 “KB금융 회장이 될 뜻은 없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대목은 하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이 되지 않을 때 씨티은행에 계속 남을까 하는 점이다.
금융권에서 하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인선에 참여하겠다고 뜻을 밝힌 이상 씨티은행 회장에서 물러날 뜻을 굳힌 것으로 해석한다.
현직 금융지주 회장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도전에 실패할 경우 계속 자리를 유지하는 게 정서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하 회장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도 사실상 거취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 회장은 씨티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액연봉이 공개되면서 인력감축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그 대가로 고액연봉을 받는다고 노조로부터 강한 공격을 받아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하 회장은 씨티은행의 성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것 같다”며 “지금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 KB금융 차기 회장인선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