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위기는 4대 회계법인체제에서 나머지 회계법인들에게 기회다.
만년 4위 EY한영 회계법인이 크게 도약하고 2위 다툼을 해왔던 삼정KPMG 회계법인이 2위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EY한영, 떠오를 듯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의 고객들이 대규모로 이탈하면서 4대 회계법인체제의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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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석 EY한영 회계법인 대표이사. |
딜로이트안진은 금융위원회의 영업정지처분으로 6월1일 기준으로 200여개의 고객사를 잃게 됐다.
경쟁사들은 딜로이트안진의 기존 고객사들을 끌어오기 위해 저가수임도 마다하지 않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Y한영 회계법인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EY한영은 대형 회계법인 4곳 가운데 만년꼴찌였다. 큰 상장사와의 계약수가 다른 대형 회계법인에 비해 적고 그에 따라 매출 규모도 떨어졌다.
하지만 EY한영은 딜로이트안진의 기존 고객사를 끌어모으며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LS네트웍스, 현대위아, 한진 KAL, 일진전기, 유니드, 두산엔진 등이 딜로이트안진에서 EY한영으로 감사인을 변경했다.
특히 딜로이트안진의 대표적 고객사로 꼽혔던 기아차와 포스코건설이 EY한영과 감사계약을 체결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기아차가 지난해 딜로이트안진에 기여한 매출은 9억2천만 원에 이르며 포스코건설은 1999년부터 18년 동안 딜로이트안진에 감사를 맡겼다.
EY한영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250명의 회계사를 선발하는 등 회계사 충원규모를 해마다 늘려왔다.
또 지난해 말 딜로이트안진에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분야를 담당했던 워크아웃팀 직원 20여 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EY한영은 늘어난 감사계약을 충당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력을 충원할 것으로 보여 외형이 어둑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정KPMG, 2위 자리 굳히나
딜로이트안진이 위기를 겪으면서 삼정KPMG 회계법인이 딜로이트안진을 확실히 제치고 2위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정KPMG 회계법인은 그동안 딜로이트안진과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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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태 삼정KPMG 회계법인 대표이사. |
2015년 4월1일부터 2016년 3월31일까지를 기준으로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는 각각 3006억 원, 3004억 원의 매출을 냈다.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가 보유하고 있는 회계사 수는 각각 1331명, 1271명으로 비슷한 수준이고 감사업무를 맡고 있는 고객사 수 역시 1068개로 동일했다.
하지만 딜로이트안진과 감사계약을 맺었던 고객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케미칼, 지난해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삼정KPMG를 선택하면서 매출규모가 급속하게 기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이 업계 신뢰를 크게 잃은 만큼 정상적인 영업이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며 “한번 이탈한 고객은 통상 다시 돌아오지 않는 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불이익까지 감안한다면 1년의 영업정지에도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