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주주에게 신사옥 무료건립 등을 제안하며 설득한 정황이 공개됐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명의 1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2015년 5월경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이 ‘합병에 찬성해주면 건축비를 받지 않고 사옥을 신축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을 (아버지인)윤병강 회장으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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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 |
윤 대표는 “서울 용산 현 사옥 부지에 예상건축 비용 500억 원 정도의 40층 건물을 지으려고 계획하고 있지만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아 10년째 답보상태”라며 “삼성물산은 이런 내용을 모르고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영준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도 “삼성에서 합병을 찬성해주는 대가로 회사 신사옥 건립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한 말을 윤병강 회장한테 들었다”고 진술했다.
일성신약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33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일성신약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다.
조 팀장은 “윤 회장이 제안을 듣고 ‘말도 안 된다’며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거절 자체는 회장님이 한 것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일부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는데 우리만 뒷거래를 해서 이익을 챙기는 게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은 “증인이 증언한 내용이 모두 회사 회장에게 들은 내용으로 신뢰성과 객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을 더 비싼 값에 보상받기 위해 2년째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 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증인들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당사자인 만큼 증언의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