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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홍준표가 던진 '동성애 덫'에 걸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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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동성애 문제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례적으로 등장해 갑론을박이 뜨겁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동성애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TV토론에서 발언한 뒤 일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있다.
26일 주요 인터넷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에 '문재인 동성애'가 종일 상위에 오르내렸다.
25일 JTBC 등이 주최한 4차 TV토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를 상대로 "동성애를 찬성하느냐"고 돌발적으로 질문해 설전을 주고받았다.
문 후보는 가톨릭신자로 알려졌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답을 한 뒤 동성혼 합법화 등을 반대하지만 차별을 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가 "박원순 시장은 왜 동성애단체가 서울광장에서 시위하는 걸 찬성하느냐"고 거듭 묻자 문 후보는 "시민에게 개방된 서울광장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고 차별을 반대하는 것과 동성애를 찬성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동성애 관련 주제를 언급하며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성소수자의 성 정체성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한 차별금지법을 후퇴시킨 문 후보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문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홍 후보가 이날 진보층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동성애를 주제로 꺼내 것은 ‘보수표’를 확실히 챙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6일 TBS라디오에서 “홍 후보가 편을 가르는 큰 기술이 들어간 것인데 문 후보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대선 TV토론의 최고 승자는 홍준표. 자기표 확실히 챙겼고 동성애 이슈로 강간모의 덮었으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문 후보도 계산된 답변을 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손아람 작가는 SNS에서 “문재인은 홍준표에게 말려들지 않았다. 그의 답변은 기독교 단체들과의 접촉과정에서 예견된 것”이라며 “문재인 승인 하의 캠프전략이며 명확한 득표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문 후보는 이날 발언의 진의가 어찌됐든 진보성향의 학계와 일부 시민단체에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의 동성애 관련 발언은 유럽 같았으면 혐오표현으로 처벌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에서 “동성애 문제가 가지는 사회적, 인권적, 정치적 파장을 생각할 때, 도무지 넘겨버릴 수 없는 문 후보의 무성의 내지는 무신경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성 소수자단체들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26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홍 후보에게 당장 사퇴를, 문 후보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일부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회원들은 국회 본청 앞에서 행사에 참석한 문 후보를 향해 항의시위를 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동성애 논란여부와 상관없이 대선후보들이 동성애를 토론한 자체가 우리나라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김태현 변호사는 26일 YTN과 인터뷰에서 “미국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가 전통적으로 대립하는 문제가 동성애, 낙태, 총기 세가지”라며 “우리나라 대선후보 토론에 동성애가 쟁점이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는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표적인 동성애 반대자인 마이크 펜스를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에 지명하자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향의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몰아붙이는 등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