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에서 경영권을 놓고 남매간 다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아워홈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오빠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지은 대표는 당초 장자승계를 기본으로 하는 범LG가에서 유일한 여성후계자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오빠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에게 밀려났다.
◆ 구지은 구본성, 아워홈 남매경쟁 일촉즉발
24일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가 아워홈의 경영권을 놓고 구 부회장을 향한 반격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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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이사. |
구 대표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를 요청하는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사의 선임이 안건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 대표가 임시주총을 통해 사외이사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다음 이사회 결의를 통해 구 부회장의해임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 대표의 아워홈 지분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만약 언니들의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구 대표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이다. 장남은 구 부회장, 장녀는 구미현씨, 차녀는 구명진씨다.
현재 아워홈의 최대주주는 구 부회장으로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가 2대주주로 20.67%, 구미현씨와 구명진씨가 각각 19.28%와 19.60%를 소유하고 있다. 구미현씨와 구명진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세 자매의 지분을 합치면 59.55%에 이르는 셈이다. 지분의 반을 넘어서는 만큼 이사의 추가선임 등으로 이사회 과반을 장악할 경우 이사회 의결을 통해 대표이사의 해임이 가능하다.
이사의 선임은 주주총회에 참여한 주주의 의결권 수 과반의 찬성으로,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에서 과반수의 의결로 할 수 있다
관건은 정관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정관에 이사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이사 수를 제한하고 있을 경우 이사의 추가선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정관변경은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특별결의는 주총에 출석한 주주 가운데 3분의 2이상, 즉 지분 66.7% 이상이 필요하다. 구 부회장이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세 자매가 힘을 합쳐도 정관의 변경은 불가능한 셈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법무팀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외에 아직 알려진 게 없다”며 “정관과 관련된 사항 역시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 구지은, 12년 몸 담은 아워홈에서 왜 밀려났나
구지은 대표의 복귀설은 그가 최근 아워홈의 관계사인 캘리스코 사업확대를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불거졌다.
구 대표는 2011년 8월부터 캘리스코 대표와 아워홈 임원을 겸직하다 지난해 4월 아워홈 부사장에서 물러나 캘리스코 대표만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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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 |
그는 2년 전만 해도 4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아워홈 경영권 승계의 1순위로 꼽혔다. 2004년 아워홈의 등기이사로 선임돼 경영수업을 시작한 뒤 지난해 3월 등기이사에서 퇴임하기 전까지 12년 동안 아워홈의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기존 임원들과 갈등설에 휘말리면서 후계구도의 변화가 1년 새 급물살을 탔다.
구 대표는 2015년 7월 돌연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장에서 보직해임됐다. 그가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임원들과 갈등을 빚자 구 회장이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보직해임 이후 페이스북에 “평소에 일을 모략질 만큼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이 7년은 앞서 있었을 것”이라며 “열심히 일만 하는 인재들은 일 안 하고 하루 종일 정치만 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다시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내부갈등설이 다시 일어나면서 2개월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동시에 구본성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등기이사에 오른 뒤 6월엔 아워홈 대표이사에 올라 후계자리를 굳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회사의 경영에 10년 넘게 관여하면서도 오르지 못했던 대표이사에 구본성 부회장은 3개월 만에 오른 셈”이라며 “구 대표가 경영권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