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을 놓고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결단을 다시한번 요구했다.
국민연금의 비협조로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갔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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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우조선해양 지원 거부할 명분 축적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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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1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관계자와 협의된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측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10일 국민연금의 요구사항인 추가감자, 일부 채권상환, 출자전환가액 조정과 비율조정 등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더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산업은행의 태도를 놓고 국민연금이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산업은행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방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은 “현 상태에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에 손실을 입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이는 2천 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관리해야 하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 또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이 쓰이는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앞으로 기금운용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 등을 놓고 산업은행 측에 지닌 불만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국민연금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채무조정의 사전협의는 물론 사전실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달도 되지 않은 기간 안에 지원방안을 결정하라고 요구 받았다”며 “타당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과 여러차례 접촉을 추진했으나 분석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애초 11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의 최종입장을 정리하려고 했으나 결정을 뒤로 미뤘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17일과 18일 열리는 사채권자집회의 열쇠를 쥔 만큼 정부의 지원방안에 반대입장을 밝힐 경우 P플랜 돌입의 책임을 모두 떠안을 가능성이 커 최종 결정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번 입장발표를 통해 산업은행에 지닌 불만을 표출하며 공을 산업은행 쪽으로 다시 한번 넘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방안에 찬성하든 찬성하지 않든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에 들어갈 경우 받게 될 부담을 줄이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에 들어간 셈이다.
국민연금이 공을 다시 넘긴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지원방안을 놓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힘겨루기는 이번주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국민연금은 “연금가입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정확한 평가와 회생 가능성, 채무조정 방안을 놓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이해와 인식을 공유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양보는 힘들지만 국민연금 측에서 연락이 오면 17일 전에 만나서 협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