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계속 취득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개편을 염두에 두고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11일부터 7월10일까지 3달 동안 626억2500만 원을 들여 자사주 150만 주를 장내매수한다. 전체 발행주식의 1.98%에 이르는 규모다.
|
|
|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
현대산업개발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1월11일부터 3월23일까지 모두 852억9100만 원을 들여 200만 주의 자사주를 취득한 데 이어 연달아 자사주를 매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상반기에만 모두 1480억 원을 쏟게 되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늘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06년 9월 이후 10여 년 동안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13.36%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도 지분이 모두 18.57%에 그친다.
재계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최소 30% 이상은 돼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회장의 지분을 놓고 봤을 때 경영권이 쉽게 흔들릴 수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계획대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자사주 지분은 모두 7%가 된다. 정 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해 기업 지배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현재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할 경우 분할한 법인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부활한다. 정 회장이 이를 활용해 현대산업개발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지주회사를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아이콘트롤스는 정 회장이 3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건설계열사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지주사의 지분을 현재보다 2배가량 많은 25% 이상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지주사체제 전환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주가가 저평가돼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이 1월11일부터 3월23일까지 자사주를 사들일 때 주가는 모두 9.6% 빠졌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주택분양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현대산업개발 주가가 내리고 있다”며 “2017~2018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놓고 매력이 여전히 높고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의 증가에 힘입어 현대산업개발이 역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