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2분기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는 비교적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주가상승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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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4월 말 발표할 주주환원정책과 경영구조 개선방안이 주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10일 “삼성전자의 실적개선폭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수준”이라며 “부품사업 위주의 든든한 성장세가 이어지며 주가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영업이익 9조9천억 원을 냈는데 역대 두번째다. 반도체업황 호조가 이어지며 2분기에는 영업이익 12조 원을 올려 역대 최고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208만 원에서 240만 원으로 크게 높였다.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50만 원 이상, 최고 285만 원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악화의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갤럭시S8도 치열한 경쟁환경에 놓여 흥행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약 42조 원으로 국내 증권사 평균치보다 약 5조 원 낮게 내놓았다. 목표주가도 215만 원으로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반도체사업에서 내며 의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사업 특성상 업황변화에 영향이 커 올해 실적에 부정적인 전망이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이 모두 2분기부터 가파른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IT기기의 수요감소와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의 출하량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7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소폭 하락한 것을 놓고 실적개선 기대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지만 외부적 요인에 따라 상승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10일 직전 거래일보다 0.8% 오른 209만7천 원으로 장을 마쳤다. 3월21일 역대 최고가인 212만8천 원으로 장을 마친 뒤 증권사들의 기대보다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압도적 경쟁력을 볼 때 단기적으로 크게 실적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하지만 총수 구속사태 등으로 주가에 불확실성이 반영되는 것은 일정부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주주환원정책을 이전보다 크게 강화하겠다며 자사주 매입 후 소각과 분기 현금배당 도입, 지주사 전환 검토 등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실제로 현금배당을 대폭 늘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도 내놓아 주가상승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대체할 만한 의사결정기구를 세우지 못한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7일 1분기 실적발표회를 앞두고 이사회에서 확정할 현금배당규모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의사결정기구 설립방안 등이 향후 주가의 상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들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영사항을 심의하고 주주정책을 결정하는 사외이사모임 ‘거버넌스위원회’를 4월 말까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실적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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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거버넌스위원회는 삼성전자의 인수합병과 중요 전략수립, 대규모 투자 등을 심사하며 그동안 이 부회장이 맡았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거버넌스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할 경우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고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지주사 전환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지배구조 개편방안도 거버넌스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어 주가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사외이사가 법조계와 학계, 금융계 출신 인사로 이뤄져 주요 의사결정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런 지적에 대응해 외국계 기업 CEO 출신의 사외이사 영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전문성, 역할과 책임을 모두 강화한다면 국내 기업들에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 목표에 맞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