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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솔리다임' 해외 중복상장 촉각, '주주보호 의무' 당국 압박 통할까

박재용 기자 jypark@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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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자를 감내해온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증폭될 태세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솔리다임 상장이 중복상장 규제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해외 상장은 거래소 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솔리다임' 해외 중복상장 촉각, '주주보호 의무' 당국 압박 통할까
▲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중복상장'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이사회의 5대 의무 이행을 강조하는 가운데,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가 해외 중복상장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솔리다임 미국 상장에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솔리다임 상장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며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가 모회사로서 주주충실의무에 기반한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훈 의원의 질의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세운 미국 법인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를 주로 공급하고 있다.

지배구조 상으로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5단 구조의 맨 아래에 있다.

이번 중복상장 논란은 올해 8월5일 솔리다임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로이터통신은 9월25일(현지시각) 솔리다임이 투자은행들과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 회의를 진행했다며 이르면 내년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솔리다임의 중복상장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솔리다임은 2022년부터 약 2년간 7조 원 넘는 적자를 냈지만 이후 반도체 호황 속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과거 적자를 떠안았던 SK하이닉스 주주들로선 솔리다임이 상장하면 그 과실을 외부 투자자와 나누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솔리다임 상장설이 불거질 때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8월5일 프리IPO 보도 다음 거래일인 8월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0.37% 하락했다. 주가는 주관사 선정 절차 보도 뒤 첫 거래일인 9월28일에도 5.05% 내렸다.
 
SK하이닉스 '솔리다임' 해외 중복상장 촉각, '주주보호 의무' 당국 압박 통할까
▲ 솔리다임 상장설이 불거질 때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솔리다임 연구개발 센터 홍보용 사진. <솔리다임>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부 투자자가 프리 IPO와 이후 공모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하는 경제적 지분율은 낮아진다”며 “상장 이후에는 외부 주주와 경제적 가치를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이 아닌 해외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특례심사를 받지 않아 당국이 상장 자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모회사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가 당국이 기댈 핵심 장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8월3일부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는 △주주 영향 평가 △주주보호 방안 마련 △주주 소통 또는 동의 여부 확인 △이사회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 △관련 내용 공시 등 5대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해외 상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사회가 5대 의무를 어기면 모회사별 최대 10억 원의 제재금과 1일 매매거래정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사회 의무와 별개로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 여부도 변수로 남아 있다.

이찬진 원장은 19일 국정감사에서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인지는 금융위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면서도 “금감원이 공식 의뢰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22일 종합감사에서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묻는 질의에 “상장 계획이 공식 발표되거나 구체화된 단계가 아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 밖에 현금이 풍부한 SK하이닉스가 왜 솔리다임 상장을 추진하는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영곤 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약 88조 원이었고, 7월 ADR 발행으로도 약 40조 원을 조달했다”며 “솔리다임 상장 목적을 투자재원 확보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1일 입장문에서 “자금이 있다고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면서도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주주보호 방안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미국 동부에 낸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자금이 공장 재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솔리다임 상장은 중복상장보다 인수 투자금 회수와 후속 투자재원 확충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미국 공장의 필요성과 자회사 상장의 필요성은 따로 따질 문제”라며 “이사회가 다른 조달 수단과 견줘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솔리다임의 중복상장 논란이 향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상장의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세연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주주영향평가와 보호 방안을 언제, 어떤 내용으로 공시하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은 해외 자회사 상장 전반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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