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1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편성해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을 관리하면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 된 셈이다.
|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한 데 따른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한편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시장 및 가계부채와 관련한 금융불균형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27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을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천억 원으로 편성하고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 등 성장동력 확충에 재정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정부가 재정투자의 성장 효과를 확보하면서도 가계와 기업의 과도한 차입을 억제하고 민간 자금조달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조합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제 앞선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이자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분석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6조7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와 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만큼 이번 금리 동결에도 기존 인상의 누적 영향이 가계와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관리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말보다 2조2천억 원 감소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3조3천억 원 증가했다. 올해 1~9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36조 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달 15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집단대출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 대출 수요를 충족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시장 불안을 억제하는 것이 과제로 부각된다.
기업부채의 부실 위험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살펴야 할 과제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기업 가운데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 비중은 19.1%에 달했다. 올해 6월 말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94%로 대기업의 0.28%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한국은행은 기업 수익성 개선 등을 고려할 때 올해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우려하며 재정정책을 통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준 금리 전망과 관련해 "대한민국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고, 오르는 게 거의 기정사실인 것 같다"며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 측면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얘기하더라. 맞는 말이다. 우리가 재정 여력도 상당히 생겼고, K자 성장의 하단 부분을, 복구를 안 해주면 상단의 성장도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등 금리 상승에 따른 서민층의 연체 위험을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국채 금리도 오르고, 심지어 일본도 3%가 넘었다는 거 아니냐. 매일 마이너스 금리하던 나라인데"라며 "(기준금리가 인상 폭이) 어느 정도인지는 판단하겠지만 이렇게 되면 서민금융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담을 못 할 거다. 연체율도 올라갈 거고, 국가 경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거(부실 연체채권)를 시장에서 막 거래해 나중에는 원금의 2%, 1%로 거래해서 결국은 사채업자 비슷한 대부업체로 가지 않느냐"며 "정부 차원에서 시중에서 매입해도 되지 않나. 재정 여력이 좀 있으니까 예를 들면 원금의 5% 정도에 살 수 있다고 하면 그 5%에 사서 정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요컨대 정부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첨단산업과 지역경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상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병행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면서도 주택 실수요와 생산적 기업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재정·금융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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