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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장기 전략 제시에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한전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대규모 전력망 확충 등 굵직한 과제를 동시에 떠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수행할 사장의 공백에 사업 추진력과 속도 측면에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28일 한전에 따르면 국정감사를 앞두고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새 사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다.
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사장 최종 후보군으로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와 오영식 전 국회의원, 이종환 전 한전 사업총괄부사장 등 3명을 선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명단을 올렸다.
3명의 후보 가운데서는 김 전 지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정식 선임까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적격자 선정과 산업통상부 장관 제청, 주주총회 의결,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3일 김 전 지사를 대상으로 퇴직자 취업심사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선임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퇴직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담당한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취업이 제한된다.
김 전 지사가 전남도지사 재임 기간 에너지 정책을 다룬 데다 한전 본사가 전남 나주에 있다는 점 등이 심사 과정에서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지연되면서 한전의 주요 경영 과제를 이끌 새 리더십 출범도 늦어지게 됐다.
한전 사장 선임은 차기 사장이 재무구조 개선과 대규모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에너지업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한전으로서는 정부가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라 호남과 용인 지역의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늘어날 전력수요에 대비해 전력망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을 100GW(기가와트) 규모로 현재보다 약 3배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어 분산된 전력을 수요처까지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한 송배전망 투자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전은 이런 정부 방침에 대응해 2038년까지 약 73조 원을 전력망 구축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럼에도 이미 210조 원을 웃도는 부채를 안고 있어 막대한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 ▲ 한국전력공사는 2038년까지 약 73조 원을 전력망 구축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진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 보급 혁신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기후에너지환경부> |
한전 실적의 핵심인 전력 판매 수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원가에 해당하는 전력 구매단가(SMP)는 이란 전쟁 여파로 8월 월평균 147.88원을 기록하며 연초 대비 43.8% 올랐다. 이는 한전의 영업적자의 기준선이 되는 연평균 SMP 146원 수준을 넘어선 수치다.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4분기 요금도 동결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8월 발표한 ‘2026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도 2022년 국제 에너지 위기로 사상 초유의 적자가 발생한 이후 한전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두 7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지만 연료비 급등으로 발생한 누적 영업적자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렇듯 재무구조 개선과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전의 향후 방향성을 제시할 경영진 역할도 중요해졌다.
지난 19일 임기가 끝난 김동철 한전 사장은 후임 사장 선임 전까지 직무를 이어가며 올해 국정감사에도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후보자 가운데 김 전 지사를 제외한 한 명이 극적으로 새 사장에 오를 경우 신임 사장이 국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사장이 출석하더라도 임기가 종료된 상황에서 책임감 있게 향후 경영계획을 발언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당장 6일부터 국감이 시작되는 만큼 새 사장이 선임된다 해도 한전 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뒤따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한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사례를 보면 리더십 공백이 불러오는 '빈 수레' 국정감사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11월까지가 임기였던 이 전 사장은 같은 해 8월 국토교통부에 사표를 제출했고 국정감사 뒤 10월 말 사표가 수리되며 면직됐다. 2025년 국정감사 당시 이 전 사장은 LH가 정부 주택 공급 대책을 맡아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중장기 재무 안정 방안과 공공 시행 기능 강화를 위한 인력 충원 방식 개선 등을 강조했다.
이 전 사장은 관련 내용을 LH 개혁위원회에서 다룰 것이라고 당시 국정감사에서 밝혔지만 사퇴 이후 새 사장 선임에 9개월이 걸리면서 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만들기로 한 LH 개혁안은 올해 9월말 현재까지도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실제 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LH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27일 재정경제부가 공개한 ‘2025년도 공공기관 기관장 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정부 주택공급계획 목표는 17만8548호였지만 실제 실적은 14만6431호로 82%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2024년과 2023년 목표를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경영 리더십 공백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전에서는 신임 사장 선임과 관계 없이 정부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한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에너지 전환과 전력망 확충은 모두 기존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추진해 오던 사업”이라며 “신임 사장 선임 절차와 관계없이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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