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외작품에는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도 많고 지구인을 잡아먹거나 신체를 강탈하는 호러물도 무궁무진하다. 사진은 ‘놉’의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개봉작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한국영화 ‘호프’에는 외계인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SF 호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외작품에는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도 많고 지구인을 잡아먹거나 신체를 강탈하는 호러물도 무궁무진하다. 이번 글에서는 지구인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공격하는 외계인이 나오는 SF 세 편을 소개하려 한다.
선정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나 세 편 모두 좋은 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곧 시작되는 추석 연휴에 색다른 영화를 감상하며 보내도 괜찮을 거 같다.
데뷔작 ‘겟 아웃’(2017)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영리한 감독 조던 필의 ‘놉’(2022)은 줄거리가 단순하다. 할리우드 근처 사막지역에 위치한 말 목장에 우주선이 나타나고 목장주인 남매가 인간을 사냥하는 외계인을 퇴치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본 내용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시트콤 촬영장에서 시작된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침팬지가 출연자 소녀를 살해하는 장면이다. 함께 출연했던 소년은 테이블 아래 숨어서 겨우 공격을 피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사실 이 소년은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긴 하나 주연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장면을 영화 도입부에 배치한 건 인간의 관점에서 외계인을 표상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감독의 의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침팬지를 가족 구성원으로 설정한 시트콤은 그야말로 인간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동물을 바라본 것이다. 사람과 비슷해 보이고 귀여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인간을 해칠 수 있는 동물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E.T’처럼 외계인을 인간의 친구처럼 그린 영화들도 많지만 설사 외계인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놉’의 외계인은 인간을 사냥해서 먹고 뼈를 쏟아낸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에서 괴물이 하는 행동과 비슷하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이야기는 H.G.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1898)에서 출발해서 1950년대 처음 영화화 되었고 이후 꾸준히 리메이크 되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1996)도 이런 계열의 작품인데 둘 다 밀리터리물 성격을 띤다.
인간을 사냥해서 먹는다는 설정은 ‘고무인간의 최후’(피터 잭슨, 1987)도 같다. 지금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 뉴질랜드에서 영화학도의 열정을 담아 만든 데뷔작이다.
‘놉’보다 훨씬 B급 정서가 강한 작품으로 저예산영화의 묘미가 가득하다. 햄버거 패티를 만들기 위해 인간을 사냥하는 악질 외계인들이 등장하고 전기톱이 동원된 하드고어 장면들이 있어서 특별한 취향을 가진 관객에게 추천한다.
‘신체강탈자들의 침입’(돈 시겔, 1956)은 호러 영화사에 남을 수작이다. 1955년 발표된 잭 피니의 SF 소설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
앞서 말한 ‘우주전쟁’처럼 이 영화도 꾸준히 리메이크 되고 있다. 1970년대, 1990년대에 이어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은 ‘’인베이젼‘(올리버 히르비겔, 2007)까지 다양하게 변주됐다.
일반적 외계인과는 좀 성격이 다른데 외계에서 날아온 물질이 인간을 복제한다는 내용이다. 오리지널 인간은 사멸되고 인간과 똑같은 외양을 한 복제인간으로 세상이 대체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너무나 친숙한 엄마, 아버지, 아내, 남편이 분명히 생긴 건 같은데 뭔가 기이하게 달라졌다면 엄청 두려울 수밖에 없다.
리메이크 될 때마다 외계인이 내포하는 의미가 달라지는 점도 흥미롭다. 1950년대 만들어진 첫 번째 영화는 당시 많은 SF가 그렇듯 외계인이 공산주의자를 암시했다. 냉전시대답게 서구사회는 공산세력의 침탈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었고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로서 외계인은 그런 식으로 해석됐다.
2000년대 만들어진 작품은 각성의 끈을 놓을 때 외계 존재가 자신을 침범한다는 설정이다. 인간이 잠들 때 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니콜 키드먼이 잠들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수시로 등장한다.
외곽지역 의사였던 1950년대 남자 주인공이 2000년대 작품에서는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맘 여성으로 바뀌는 등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50년의 세월이 만들어 낸 간극을 느낄 수 있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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