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6-08-07 16: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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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처별로 흩어진 1400조 원대 국유재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실행체계 구축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달 국유재산을 단순한 보존 대상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국가자산'으로 전환하고 국가자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를 뒷받침할 거버넌스와 역할분담, 자산 활용 절차를 한층 구체화했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00조 원대 국유재산의 통합관리 실행체계 구축에 나선 가운데 부처별 관리 권한을 조정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지난달 예고한 국가자산 총괄 기능 강화를 국가자산관리위원회와 부처별 국가자산책임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역할 확대라는 실행체계로 뒷받침한 데 있다.
7일 정부의 국가자산 관리체계 개편 방향을 살펴보면 법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서 나아가 각 부처가 쥐고 있는 자산 정보와 관리 권한을 실제로 얼마나 조정할 수 있을지가 ‘핵심 승부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가자산 관리체계 대전환(K-에셋 혁신 프로젝트)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최근 급증한 국가자산 규모에 걸맞게 소유와 보존에서 적극적 운용과 가치창출 중심으로 자산관리 패러다임을 대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국유재산은 2001년 188조3천억 원에서 2025년 1402조7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가가 보유한 자산은 토지와 건물, 증권·출자지분에 더해 지식재산과 가상자산 등 새로운 자산군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양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가자산기본법 제정과 함께 지식재산·가상자산 등을 포괄하는 자산 유형별 관리체계 고도화, 개발 총괄기능·전문성 강화 방침을 밝혔다. 5년 주기 국유재산 전수조사의 연례화와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신탁개발·장기대부 등 민간 참여 확대 등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추진방향에서는 이 같은 구상을 실제로 집행할 조직과 역할 분담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정부는 현행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공공·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가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국가자산 종합계획과 자산운영 기본방향, 각종 특례의 적정성 등을 심의·결정한다.
각 중앙관서의 현행 국유재산책임관도 '국가자산책임관'으로 확대해 소관 자산의 현황 파악과 데이터베이스 연계, 법률 준수 여부까지 총괄하도록 한다. 캠코의 역할도 강화한다. 정부는 각 부처의 국가자산에 대한 캠코 위탁범위를 확대하고 관리·처분권 이관이나 일원화까지 포함한 역할 강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구 부총리 앞에 놓인 핵심 과제는 부처별로 나뉜 자산 관리 권한을 실질적으로 조정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반회계의 일반재산은 재경부가 총괄하지만 행정재산은 각 부처가 자체 관리한다. 특별회계와 기금의 행정·일반재산도 소관 중앙관서가 관리·처분한다. 정부는 이 같은 분절적 구조 탓에 행정 목적을 상실한 자산의 용도폐지에 각 부처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여러 기관의 자산을 결합한 공동개발에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출자지분 역시 관리 주체에 따라 가치평가와 주주권 행사, 처분 전략이 달라진다.
각 부처가 보유한 자산은 정책 수행 수단인 동시에 해당 부처의 관리 권한과도 연결돼 있다. 국가자산기본법과 새로운 관리체계를 마련하더라도 행정 목적을 잃거나 활용도가 떨어진 자산의 용도 전환과 공동 활용에 부처가 소극적이면 통합관리의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제도 설계 과정에서 재경부의 총괄·조정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강화하고 캠코에 관리·처분 권한을 어디까지 맡길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예고했던 AI 기반 국가자산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방식과 이를 실제 자산 활용으로 연결하는 절차도 제시됐다.
정부는 올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디브레인(dBrain)에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자산정보를 연계하고 2027년 중 AI 기반 국가자산 전용 DB인 가칭 'K-에셋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기로 했다.
특히 매년 DB에 등록된 자산을 개발·활용·보존 대상으로 분류한 뒤 부처와 지방정부, 공공기관의 5개년 활용계획 등 수요를 조사해 적합한 후보지를 연결하는 정기적 수요·공급 매칭 절차를 마련한다.
1~2월 공급자산을 분류하고 1~3월 활용 수요를 조사한 뒤 4~7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각 수요에 맞는 후보지를 검토한다. 이후 중기개발계획에 사업계획을 반영하고 심의를 거쳐 위탁·기금개발 등 구체적 사업방식을 정하는 구조다.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가 위치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연합뉴스>
자산 현황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활용 가능한 자산을 실제 수요가 있는 기관이나 사업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재경부가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자산 데이터와 사업계획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자산기본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문제도 통합관리의 실효성을 좌우할 과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은 정기적 가치 산정체계가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지만 지식재산 등 새로운 유형의 자산은 임의 점검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증권도 법정 재평가 대상은 아니며 비상장 지분의 경우 캠코가 매년 실무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정확한 자산 규모를 파악하고 적정 가치에 기반한 처분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객관적 가치평가 체계는 자산의 처분뿐 아니라 운용 성과를 가늠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행정과 공공서비스 목적으로 보유한 국가자산도 있는 만큼 수익성뿐 아니라 자산별 공공목적까지 고려한 운용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민관 합동 작업반을 가동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총괄 연구기관으로 삼아 올해 안에 국가자산기본법 초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이번 추진방향은 제도 전환의 기본 방향과 설계 원칙을 제시한 단계로, 세부 이행방안은 실무반 회의와 연구용역,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구체화하기로 했다.
결국 관건은 1400조 원의 국유재산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것 자체보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자산 활용을 조정할지를 정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의 총괄·조정 기능이 약하면 기존의 부처 칸막이를 넘기 어렵고, 총괄·조정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는 개별 자산의 정책 목적과 공공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올해 국가자산기본법 초안을 마련하고 후속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재경부와 각 부처, 캠코의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K-에셋 혁신 프로젝트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