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미국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날개를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연비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완성차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미국 전기차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GM의 야심작인 전기차 볼트(BOLT)의 선전에 힘입어 전기차배터리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의치가 않다.
◆ 트럼프행정부, 미국 연비 규제 완화정책 펼 듯
8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스콧 프루이트 미국환경보호청 청장이 빠르면 이번주 안에 오바마 행정부의 연비규제 정책을 재검토한 결과를 발표한다.
|
|
|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프루이트 청장이 일찍부터 환경보호 규제를 철폐하는 데 앞장서 온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오바마 행정부의 연비규제를 철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오바마 행정부는 완성차회사를 상대로 기업평균연비제도를 강화하면서 전기차시장을 키우는 정책을 펴왔다. 기업평균연비제도는 각 완성차회사가 생산한 자동차의 평균연비가 일정기준을 초과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오바마 행정부는 2025년까지 기업평균연비 기준을 2017년보다 42.3% 가량 높인 21.2km/L로 끌어올리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미국의 완성차회사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연비규제를 지키려면 2012년부터 2025년까지 2천억 달러(약 230조 원)의 비용이 들게 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GM과 포드, 토요타 등 12개 완성차회사가 소속된 자동차제조회사연합(The Alliance of Automobile Manufacturers)이 1월에 프루이트 청장에게 연비규제를 재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미국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말 GM과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의 CEO를 백악관으로 불러 연비규제를 ‘불필요한 부담’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해주겠다면서 완성차회사의 요구에 화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비규제를 완화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미국 전체 주에 적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강력한 연비규제정책을 펴면서 미국 전기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완화정책을 일괄 적용하면 미국 전체 전기차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에 먹구름 가득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으면 LG화학이 미국 전기차배터리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를 개발할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GM이 전기차볼트의 마케팅에 힘을 빼면서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사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
|
▲ GM의 전기차 '볼트(Bolt)'. |
GM의 전기차 볼트에는 LG화학이 미국 홀랜드공장에서 생산한 60kWh급 배터리가 탑재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볼트의 주행거리는 아이오닉전기차의 2배 수준인 383.17km 정도다.
LG화학은 전기차 볼트가 흥행에 성공하면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부딪혀 이런 기대가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볼트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와 오레곤주에서 579대 팔린 데 이어 올해 1월 1162대, 2월에 952대 팔렸다. 이런 판매실적을 놓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만 볼트가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행한 것이라는 평가와 1월보다 판매량이 줄어들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GM은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차시장이 미국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데 따라 시장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와 오레곤주에 전기차 볼트를 먼저 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전기차 볼트를 올해 7월부터 미국 전역에 판매하기로 했다.
다만 GM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볼트(VOLT)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LG화학에 위안거리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볼트는 LG화학의 18.4kWh 전기차배터리가 탑재됐는데 미국에서 1월 1611대 팔린 데 이어 2월 1820대 판매되면서 미국 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통틀어 최다판매량을 기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