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6-07-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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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해상풍력 터빈 수주를 잇따라 따내면서 대형 풍력 발전기 사업자로서의 입지도 한층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를 바탕으로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은 국내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초대형 풍력터빈을 국산화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국내 해상풍력 발전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5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정부가 발주하는 해상풍력 터빈 입찰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6월30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풍력 5개 사업의 경쟁입찰 현황을 보면 설비용량 기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드는 해상풍력 발전 터빈 사용비중이 총 80.7%에 이른다.
모두 5개 사업 가운데 2곳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급 풍력터빈을 사용한다. 이 곳의 발전 설비용량 규모는 410MW로 전체 입찰 물량의 23.0%에 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또 독일 지멘스가메사가 따낸 해상풍력 발전 사업에 14MW급 풍력터빈을 조립해 공급한다. 이는 입찰 설비용량 가운데 57.7%에 이른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3.3MW·5.5MW·8MW·10MW 규모 풍력발전기 모델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제 인증을 획득한 10MW 모델의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10MW 모델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껏 국내 해상풍력 시장은 대부분 외산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 비율을 높여간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10MW급 대형 풍력발전기 전용 양산공장을 확보한 상태이며 지멘스가메사와 함께 14MW급 풍력터빈 조립라인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로써 국내 해상풍력 시장 대응 역량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풍력터빈 시장에서는 15MW급 상용화를 넘어 20MW급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체 제품이 아직 10MW급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쉬운 요인으로 꼽힌다.
터빈 용량이 클수록 발전기 설치 개수가 줄어들게 된다. 투자비와 재생에너지 단가를 함께 낮출 수 있어 대용량 터빈 확보는 풍력 사업에서 필수적 조건으로 여겨진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설비용량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20MW급 이상 풍력터빈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해상풍력 확대 및 국산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대형 풍력터빈 수요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해상풍력 중장기 입찰 이행안’을 통해 현재 0.35GW인 해상풍력 설비 규모를 2035년까지 대형 터빈을 중심으로 25GW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매년 4GW가 넘는 대규모 입찰 물량을 공고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해상풍력 선도국의 연간 입찰 계획 물량과 비슷한 수치다.
▲ 정부가 발표한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해상풍력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정부가 발표한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도 해상풍력 수요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6월29일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서남권에 모두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 4기와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해당 클러스터에는 6.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설비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100%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상풍력 터빈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풍력 경쟁입찰에서 공급망·안보 평가 기준이 강화된 점도 국산 해상풍력 터빈을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2024년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위한 경쟁입찰 기준을 제시하면서 기존 가격지표 점수 비중을 60%에서 50%로 낮췄다. 대신 안보와 공공역할 등을 고려한 비가격 지표 비중을 40%에서 50%로 높인 바 있다.
박지원 회장은 2005년 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한 뒤 꾸준히 국산화 노력을 이어왔다. 박 회장은 2020년에는 ‘풍력 사업 매출액 연 1조 원 달성’ 목표를 강조하며 “해상풍력 분야의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국내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두산에너빌리티는 10MW급 풍력터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국산화율을 기존 30%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박 회장이 제시한 풍력사업 매출 연간 1조 원 목표 달성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발전 터빈 매출은 3천억 원선에 머물러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풍력터빈 분야에서 9천억 원가량을 수주했는데 해상풍력 업황 개선 흐름이 이어진다면 수주가 늘어나며 관련 매출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올해 발간된 ‘2026 통합보고서’에서도 “친환경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성과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하며 해상풍력 터빈 사업 성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