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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왼쪽)은 최태원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2017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추진해온 ‘탈정유화’ 혁신이 성과를 내고 있다. 2차전지 후발주자였던 SK이노베이션이 세계 2위까지 올라선 선 데 이어 중국 시장 공략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성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중국 진출 노력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19일 SK그룹과 외신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충칭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고 있다. 중국 충칭 공장에서 가공된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 샘플을 연안지역 업체 수십 곳에 테스트용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만간 이 양극재를 상하이, 장수, 광둥 등 수요가 큰 중국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양극재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새해 첫 글로벌테크놀로지 간담회에서 "지난 3~4년 동안 어렵게 투자해온 결실을 맺고 있으며, 최근 2년간의 실적 부진을 딛고 새롭게 도약하게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충칭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자신감이 담긴 말이다.
이런 성과는 구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꾸준히 추진해온 ‘탈정유화’의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SK이노베이션이 SK에너지에서 이름을 바꾼 지 3년째다. 구 부회장은 회사명 변경을 계기로 정유사업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석유화학, 윤활유, 배터리 삼각구조로 사업을 개편하는 탈정유화를 추진해 왔다. 이는 정유업계에 드리운 실적 먹구름에서 벗어나기 위한 활로이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당시 세계경기 회복 지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수익도 감소해 정유 중심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위기에 빠질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정유업체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실적도 저조했다. 매출 66조 6747억원, 영업이익 1조 38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9% 줄었다. 2009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실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탈정유화로 사업구조를 재편하지 않았다면 더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SK이노베이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의지대로 비정유사업에서 실적을 만회하지 못했다면 SK이노베이션은 더 참담했을 것”이라며 “해외부문이 성장하고 있고 화학사업부문에서도 중국 진출 등으로 최대실적을 내고 있으며 석유개발사업도 3년 연속 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어 올해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S오일의 경우 2012년 정유사업에서 34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도 3219억원의 적자를 냈다. S오일 관계자는 “정유사업에서 두 해 연속 적자가 난 유례가 없다”며 “원유를 정제해 기름을 팔아서는 더 이상 먹고 살기 힘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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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
구 부회장은 취임 후 2차전지의 ‘분리막’ 소재 판매에 총력을 다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에 국내 최초이자 세계 3번째로 분리막을 개발했다. 이런 노력 결과 분리막의 누적매출은 현재 6000억원을 넘어 서고 있다. 전 세계 노트북과 핸드폰 5대 중 1대에는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이 들어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억㎡ 이상 분리막을 판매해 1억6000만㎡를 판매한 일본 아사히카세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판매량 기준으로 2012년 일본 도레이를 제친 데 이어 지난해는 미국 셀가드까지 앞질렀다.
구 부회장은 양극재와 분리막의 성과를 토대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2017년까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한 발판은 마련해 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베이징자동차 등과 함께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도 설립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팩 제조라인을 구축한다.
중국은 향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오염저감 정책기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전기차 구입자에 보조금을 최대 6만 위안(한화로 약 1,000만원)까지 제공한다. 상하이 대기오염 지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10배 이상 치솟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국무원은 오는 2017년까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15~25%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구 부회장의 이런 성과는 최태원 회장의 지원 속에서 이뤄졌다. 최 회장은 오래 전부터 중국사업은 3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을 갖자고 주문해왔다. 그는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세웠다. 심지어 최 회장은 중국사업 투자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문책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미국 러트거스뉴저지주립대 공대 교수 출신이다. 1982년까지 교수를 했다. 글로벌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전략연구소에서 자문위원을 지내다가 2008년 현재 SK이노베이션인 SK에너지 사장으로 영입됐다. 19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30여 년을 해외에서 생활한 ‘해외통’이다. 최 회장의 부재 중에도 SK그룹의 글로벌 경영 공백을 잘 메우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지난해 초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글로벌 성장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 분리막: 전기차배터리로 쓰이는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중 하나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단락되지 않도록 막아주고, 막 속의 작은 구멍(기공구조)을 통해 이온을 투과시켜 전지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지만 기술적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 사업분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