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안팎의 악재가 계속 불거지며 여론의 뭇매를 호되게 맞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져 결과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았고 문형표 이사장도 결국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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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국민연금공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연금 수령연령을 만 67세로 기존보다 2년 더 늦춰야 한다는 제안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더욱 악회되고 있다.
24일 국민연금공단이 23일 발표한 ‘공사연금의 가입 및 지급 연령의 국제비교와 정책과제’를 놓고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들이 고령화로 공적연금 재정이 악화하며 연금수령 연령을 만 65세에서 67세로 높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한국도 이런 추세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뼈대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 수령시기는 2017년 기준 만 61세인데 2013년부터 2033년까지 만 60세에서 5년 마다 1년 씩 늦춰져 최종 만 65세로 고정되도록 돼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요 포털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을 향한 비난이 들끓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3일 오후 추가자료를 내 “연구자 개인의 의견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보건복지부도 "2033년까지 연금을 타는 나이가 65세로 늦춰진 만큼 연금 수령연령을 더 늦추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불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공단의 불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20년 이상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평균 개인급여액이 88만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쥐꼬리만한 연금액마저 2년 더 늦게 받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니 불만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죽어갈 때 다 돼서야 받으란 소리냐’ ‘역시 삼성연금 답군’ ‘지금까지 낸 연금 이자쳐서 다 돌려주고 해체해라’ 등 비난여론이 SNS 등을 통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확정해 발표한 것도 아니고 연구원의 제안 수준으로 나온 것인데도 이처럼 공분을 사고 있는 데는 삼성그룹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정경유착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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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박영수 특별검사에 첫 구속이란 불명예를 안은 것은 물론 결국 이사장을 사퇴했다. 문 이사장은 2015년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구속 52일이 지나서야 사임을 밝혀 논란을 더 키웠다.
문 이사장은 공가와 연가는 물론 결근처리까지 해가며 구속 이후에도 버티기를 했고 퇴직금만 12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은 문 이사장의 후임 인선도 탄핵정국과 맞물려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운용본부가 28일 전주로 이전하면서 전문인력의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내부 현안도 산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면서 앞으로 연금문제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에서 국민연금공단을 놓고 대대적 수술을 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의 개혁방향’이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으로 불거진 기금운용의 투명성 강화와 의사결정 절차 등을 놓고 집중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