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4월] 이란 전쟁 속 시작된 WGBI 자금 유입, 다음은 MSCI 선진국지수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6-04-1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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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시장 변동성이 더없이 커진 4월, 어수선한 시장 상황 속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숙원이 하나 풀렸다.
세계국채지수(WGBI, 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에 따른 외국투자자의 국채 매입이 시작된 것이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6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세계국채지수 편입 등의 영향으로 외국 투자자들의 국채 순매수 규모가 늘고 있다며 세계국채지수 편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정경제부>
세계국채지수는 세계 26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돼 있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회사인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러셀(FTSE Russel)이 산출하며 추종자금 규모만 2조5천억~3조 달러에 이른다.
하루 10% 이상 오르내리는 유가, 사이드카가 연일 발동되는 증시 상황에 묻혀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갔지만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건 국내 금융산업에 상당히 고무적 일이다.
세계국채지수와 한국의 인연은 17년 전인 2009년 이명박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국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자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본격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외국투자자 회복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11년 편입 계획을 철회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세계국채지수 편입 얘기가 다시 나온 건 문재인정부 때다.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자 문재인정부는 2020년 10월 ‘국채시장 역량 강화 대책’을 통해 세계국채지수 편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노력은 윤석열정부로 이어졌고 결국 2024년 10월 편입이 확정됐다. 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실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편입비중 2.22%를 고려할 때 500억~600억 달러 규모의 추종자금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에 따라 국채금리가 0.2~0.6% 가량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재정경제부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3월30일 이후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는 6조8천억 원에 이른다”며 “일본계 등 신규투자자뿐 아니라 주요 중앙은행, 국제기구 등 기존 투자자도 활발히 국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국채지수 추종자금 유입이 이제 막 시작됐지만 한국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선진국지수 편입이다.
MSCI 지수는 미국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크게 선진국지수(DM) 신흥국지수(EM) 프론티어지수(FM)으로 나뉜다.
추종자금은 2024년 6월 말 기준 16조5천억 달러(세계국채지수 추종자금의 5~6배 가량)로 추정되는데 선진국지수 추종자금 규모가 75% 가량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국은 현재 전체 추종자금의 12~14%를 차지하는 신흥국지수에 포함돼 있는데 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리는 것이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역시 2008년 이명박정부 때부터 이어진 숙원 과제로 이재명정부도 ‘자본시장 혁신’이라는 국정과제 아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주요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MSCI 선진국지수는 세계국채지수 편입보다 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2008년 7월30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헨리 페르난데스 MSCI CEO와 면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강만수 장관이 헨리 페르난데스 CEO를 만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결정 과정에서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는 아시아 MSCI 선진국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시아에서 MSCI 선진국으로 분류된 시장은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3곳에 불과하다. 이들은 1969년 MSCI 선진국지수가 첫 출발할 때부터 포함됐다. 이후 아시아에서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나라는 없다.
세계국채지수에 2020년 중국, 2024년 한국 편입이 결정된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깐깐한 기준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될 자금 추정 규모는 기관이나 시기별로 다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순유입 규모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단순히 추종자금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전반적 국가 신인도가 높아지며 국채는 물론 개별기업의 회사채 금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국내 금융산업의 글로벌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첫 관문은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정이다. 이후 최소 1년을 거쳐 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이 올해 관찰대상국에 지정된다면 빠르면 내년 MSCI 선진국지수 편입 확정을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올해 관찰대상국 지정 결과는 얼마 남지 않은 6월에 나온다.
그때까지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이 어찌 변할지, 국내 증시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예측한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MSCI 선진국지수는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다면,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노려볼 만한 목표일 수 있다.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면 국내 금융산업 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이 더없이 어수선한 시기,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