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인사이트  데스크 리포트

[데스크리포트 3월] 국가핵심기술 유출 '패가망신급' 강력 처벌로 되풀이 막아야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2026-03-11 08:00:0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데스크리포트 3월] 국가핵심기술 유출 '패가망신급' 강력 처벌로 되풀이 막아야
▲ 삼성전자가 제조한 HBM3E와 HBM4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전시용 샘플.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12월 검찰이 놀라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전 임직원들이 최신 10나노급 D램 공정 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빼돌린 사실이 적발된 것이었다. 

10나노 D램 공정 기술은 삼성전자가 현재 생산하는 대부분의 D램에 사용되고 있는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상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10나노 D램을 사용해 인공지능(AI) 칩용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3E와 HBM4)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중국 창신메모리가 한국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빼돌려 빠른 시간 내 D램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혹이 많았는데, 이런 의심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삼성전자 전 임직원들이 10나노 D램 공정 기술을 빼돌린 방식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D램 연구소 직원이었던 C씨는 창신메모리로 이직하기 직전 4일에 걸쳐 ‘10나노급 D램 공정 정보’를 노트에 자필로 하나하나 베껴 적어 유출했다. 

C씨는 600단계로 구성된 10나노급 D램 제조 공정의 공정명, 설비정보 등을 노트 12장에 빼곡히 담았다. 삼성전자 보안시스템 때문에 메일이나 USB 저장장치 등을 통해선 정보를 빼낼 수 없자 일일이 수기로 정보를 기록해 빼돌린 것인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10나노 D램 공정기술은 삼성전자가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이다. 검찰은 10나노 D램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의 2024년 매출액 감소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는 한 해 피해액만 단순 계산한 것으로, 앞으로 발생할 삼성전자의 D램과 HBM 매출을 고려하면 수백 조 원의 피해를 안겨 줄 수 있는 중대 기술 유출 건이다.

이렇게 빼돌린 기술로 2016년 설립된 창신메모리는 결국 7년만인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10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지난해 세계 D램 시장에서 창신메모리는 약 점유율 5%를 기록했고, 2030년에는 점유율이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창신메모리는 국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현재 양산하고 있는 DDR5 D램을 대량 양산해 저가로 판매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창신메모리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10나노 D램 기술을 바탕으로 HBM3E를 양산할 계획이다. HBM3E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B100, B200)'뿐 아니라 구글의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 아마존의 자체 AI칩 '트레이니엄3' 등에 탑재되는 등 현재 AI 기업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AI 메모리다.

작년 HBM3를 생산한지 1년 만에 다음 세대인 HBM3E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같은 기술 속도는 지금껏 반도체 기업 역사상 존재하지 않는다. 

창신메모리가 올해 HMB3E 양산에 성공하면 한국 기업과 기술격차는 2년 안쪽으로 좁아진다. 더 나아가 머지않은 미래에 창신메모리가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D램의 첨단 핵심 기술 유출 한 건이 이처럼 국가 핵심 산업의 존폐를 가를 만큼,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데스크리포트 3월] 국가핵심기술 유출 '패가망신급' 강력 처벌로 되풀이 막아야
▲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반도체 공장 모습. <창신메모리>
수 십년 간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배터리 등의 핵심 기술을 중국 등 해외로 유출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LCD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에서 압도적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는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되고,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기업들이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면서 시장 지배력을 모두 잃고 말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해외 기술 유출 범죄 사건은 2021년 9건, 2022년 12건, 2023년 22건, 2024년 27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매년 국가 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꼽고 있다.

현재 기술 유출 건은 산업기술보호법을 근간으로 주로 처벌하고 있는데, 국가 핵심 기술을 사용할 목적으로 해외로 빼돌린 경우 3년 이상(15억 원 이하 벌금) 징역, 외국에서 사용하려고 유출한 경우 15년 이하(15억 원 이하 벌금) 징역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동안 핵심 기술 유출로 대법원에서 확정된 최고 처벌 수위는 징역 5년에 불과했다. 1심 기준으로도 징역 7년이 가장 높은 형량이었다. 대부분은 초범임이 반영돼 1~2년 징역형에 그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산업기술 유출 피해 규모에 따라 최대 징역 30년 이상의 무거운 처벌을 하고 있다. 

5년 징역 사는 대가로 수백 억원을 벌 수 있는데, 기술 유출이 사라질리 만무하다.

지난달 2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간첩죄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간 간첩죄 대상을 '적국(북한)'으로 국가기밀을 유출한 경우로만 한정했지만, 개정 형법은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외국 등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 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를 처벌 대상으로 변경했다. 형량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을 간첩죄로 다루면 형량이 높아져 유출을 차단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국가기밀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되는지는 개정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등이 국가기밀을 ‘국가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산업기술은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산업기술보호법이 규정하는 처벌 형량 기준을 더 높이거나, 형법의 간첩죄 대상에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명확히 포함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또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이 그동안 우리나라가 지배했던 첨단산업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해 세계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의 22% 가량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도 중국에 시장을 빼앗길 것이다. 

주가 조작이나 담합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자산인 핵심 산업기술을 유출하면 ‘패가망신’ 한다는 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담보될 것이다. 김승용 산업&IT 부국장

최신기사

국민연금기후행동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10년, 기후대응 소외는 여전"
KT스카이라이프 신임 사장에 조일 부사장 내정, 노조 '밀실 인사' 반발
KT 31일 주총서 박윤영 대표 선임, 주총 직후 임원인사·조직개편 전망
한국의 대미 투자 본격화 눈앞, 현대건설 원전 시공 첫 성과 기대 커진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중국 '무풍지대' 평가, 재생에너지로 자급체제 구축
영국 기후위 "에너지 위기 한 번으로 발생하는 충격, 탄소중립 이행 비용보다 커"
[현장] K배터리 미래 먹거리는 ESS·로봇·UAM, LG 'AX' 삼성 '각형 전고체..
1분기 D램 50% 낸드 90% 급등, 스마트폰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 불가피
[중동 영토확장 비상⑤] LG전자 이란 전쟁에 '글로벌 사우스' 공략 차질빚나, 류재철..
EU '원전 축소는 실패' 인정, K원전 유럽 SMR 영토 확장 기회 잡는다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