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측근들이 SK그룹에서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대책을 논의한 과정이 ‘고영태 녹음파일’로 확인됐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아 국세청장 인사에 개입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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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씨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1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정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4차 공판에서 고 전 이사와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등의 대화를 담은 ‘고영태 녹음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박 과장과 김 전 대표는 더블루K가 SK그룹으로부터 돈을 직접 받는 대신 K스포츠에서 예산을 타낼 명분을 만들어 이익사업을 하는 데 동의하고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녹음파일에 따르면 박 과장은 2016년 2월29일 김 전 대표와 통화에서 “회장(최순실씨)은 독일로 돈을 따로 빼고 싶은데 그것을 충족하려니 SK에 그 회사(비덱)의 레퍼런스가 없고 설립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는 최씨의 요청에 따라 독일로 돈을 보내는 것을 박 과장과 김 전 대표가 고민한 것”이라며 “최씨가 영향력을 발휘해 SK그룹으로부터 자금을 받기로 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가이드러너’ 사업 등을 급하게 추진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가 최씨의 지시를 받아 관세청장 인사에 관여하려고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녹음파일에 따르면 고 전 이사는 김 전 대표와 통화하면서 “국세청장을 하나 임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아는 사람이 없으니 한 번 찾아봐야 하는데 세관 쪽에 있는 사람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K스포츠의 사업을 알고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김 전 대표가 2016년 1월23일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에게 “업무 진행이 잘 되고 있느냐”고 묻자 류 전 부장이 “VIP(대통령)가 만족하고 있으며 K스포츠클럽의 활성화 방안도 빨리 실행하자고 했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고영태 녹음파일’을 통해 최씨가 불법행위를 지시하고 개입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씨의 변호인단은 "고 전 이사와 주변사람들이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해 사익을 얻으려고 모의한 정황이 확인된 것"이라고 맞섰다.
고 전 이사는 6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김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농담 식으로 한 이야기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