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투자업계에선 하나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단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의 첫 발행어음 상품 ‘하나 THE 발행어음’이 목표액 3천억 원을 예상보다 빨리 달성한데 따른 것이다.
하나증권의 발행어음 판매 속도는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인가 획득 이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이달 9일 첫 상품을 선보였다”며 “출시 일주일 만인 16일에 약정형 상품이 모두 판매 됐고, 수시형 판매액도 기존 1분기 목표액이었던 3천억 원을 조기에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과 함께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한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첫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하나증권보다 앞서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한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첫 상품을 내놓았다. 당시 키움증권도 판매 1주일 만에 3천억 원을 달성했다.
키움증권은 탄탄한 온라인 고객층을 바탕으로 리테일 기반이 강한 증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증권이 키움증권과 같은 기간에 목표액을 달성하면서 다음 사업의 흥행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올해 수시형 상품 판매 규모를 2조 원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의 어음 발행규모 확대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까지 발행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발행 증권사로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정금리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해, 보다 수익성 높은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수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낮은 1.8%에 그친다.
10대 증권사 평균치인 7.6%보다 낮은 것은 물론 9위 메리츠증권(4.5%)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은 증권사의 체급”이라며 “경쟁사보다 ROE가 낮다는 것은 체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강성묵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배수의 진’을 강조한 것 역시 자본 효율성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강 부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2026년은 배수지진(背水之陣)의 각오로 생존을 걸어야 하는 해”라며 “부분적 개선이 아닌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의 변화로 발행어음 기반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강 부회장의 언급처럼 이번 정부 들어 금융권 최대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모험자본과 생산적 금융 공급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강 부회장은 하나증권을 넘어 하나금융그룹 전체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이끌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전사적 생산적 금융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새로 부여받았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란 결국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이 핵심”이라며 “금융 그룹 계열사 가운데선 증권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 (왼쪽부터)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류해일 손님 대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가 8일 서울 강남구 'THE 센터필드 W'에서 열린 '하나 THE 발행어음' 상품 출시 기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증권>
그룹차원의 기대감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발행어음 상품 출시기념행사에 직접 참석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함 회장은 8일 하나 THE 발행어음 출시 기념행사에서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의 능동적 참여자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하나증권의 발행어음은 단순한 금융 상품을 넘어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통해 금융의 선순환을 만들고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이 직접 발행어음 행사를 챙기면서 강 부회장을 향한 강한 지지와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강 부회장은 2023년부터 하나증권을 이끈 인물로, 지난해 말 3연임에 성공했다. 2024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을 딛고 하나증권을 흑자전환 시키면서 함 회장의 단단한 신임을 받았다.
강 부회장 역시 발행어음 사업 성공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강 부회장은 8일 기념식에서 “발행어음 사업은 하나증권이 그룹의 모험자본 공급 전략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핵심적 기반”이라며 “생산적 금융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