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사드배치 리스크와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면세점사업의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 대기업 면세점사업 조준한 법안 잇따라 발의
10일 국회에 따르면 정동영 의원이 9일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평가기준에 따라 심사하도록 돼 있는 면세점사업자 선정방식을 특허수수료 최고가격 낙찰제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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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
개정안은 또 면세점 사업의수익 등 재무제표를 상법에 따라 별도로 작성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 의원은 “현행 면세점사업자 선정방식은 평가기준 및 심사위원 선정 등을 염두에 둔 뇌물로비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며 “면세점사업자 선정방식을 가격경쟁 방식으로 전환하고 면세점사업을 별도로 공시하도록 해 재벌특혜를 방지하고 면세점 사업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대로 최고가 특허수수료 입찰방식으로 바뀔 경우 면세사업자에 선정된다 해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입찰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경쟁을 뚫기 위해서 높은 수수료율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점 특허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받아지지 않아 여전히 5년마다 재입찰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수수료율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매출액의 0.05%로 낮은 수준인데 정부에서 이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심사위원회에서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매출에 따라 차등 적용해 0.1~1%까지 올리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했다.
이대로라면 최대 20배까지 특허수수료가 높아지는데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주변 상권과 상생하기 위해 수백억 원대 투자를 집행하고 있고 이익에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추가로 더 특허수수료를 부담하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면세점사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대기업 면세점 사업 영업이익의 최대 15%를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법 개정안을 냈다. 독점적 특혜를 누리는 면세사업자들에게 카지노나 홈쇼핑사업자처럼 산업발전기금을 부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면세점이 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제한하는 방안, 면세점을 대규모점포처럼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 면세점업계, 부진의 늪 허우적
면세점업계의 실적은 빨간불이 켜졌다. 시내면세점 과잉경쟁에 사드배치 후 중국관광객 감소 등이 면세점업계의 실적부진을 불러왔다.
2015년 치열한 면세점 대전을 뚫고 지난해 서울 시내에 다섯 곳의 신규면세점이 새로이 문을 열었으나 월 단위라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HDC신라면세점 한곳에 그친다. HDC신라면세점은 1월 매출 532억 원, 영업이익 1억2500만 원을 냈다.
다른 곳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면세사업 경험이 부족한 두타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 등은 지난해 매출이 목표치의 절반 이하를 밑돈 데다 수백억 원대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돼 상황이 어렵다.
신규면세점만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1973년 설립된 국내 최초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최근 경영권 논란에 휩싸였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호텔신라에 채무를 갚지 못해 담보로 맡긴 동화면세점 지분을 넘기겠다고 했다. 이 경우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소유하게 되지만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지분이 아닌 돈으로 채무를 변제받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실상 채권자와 채무자가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서로 미루고 있는 양상이 된 셈이다. 면세점 업계의 어려운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