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돌연 교체됐다.
김위철 사장이 임기를 2년이나 남기고 물러나고 후임에 성상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번 현대차그룹 임원인사에서 유일한 사장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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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김위철에서 성상록으로 왜 돌연 교체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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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위철 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
7일 현대차그룹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 전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끌며 경영성과를 냈는데도 갑작스럽게 물러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사장은 2011년 6월부터 5년 반 넘게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을 이끌었는데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사장의 평균 대표이사 재직기간이 3년 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비교적 오랫동안 경영을 맡아 물러날 때가 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이 지난해 3월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재선임돼 2019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상황이었고 이번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교체인사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뜻밖이라는 말이 나돈다.
김 전 사장은 그동안 현대엔지니어링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5년에 매출 7조3485억 원, 영업이익 4430억 원을 기록했다. 2013년과 비교해 매출은 180.1%, 영업이익은 66.9% 늘어났다.
2016년에도 3분기까지 매출 4조8982억 원, 영업이익 3407억 원을 거뒀는데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은 6.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6% 늘어 수익성이 좋아졌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10위에서 2015년 9위, 2016년 7위로 올랐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사장의 교체가 실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주변에서 이번 인사는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분식회계와 관련한 내부고발 사태가 벌어졌던 점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2015년 7월경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김영태 전무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고 KBS에 제보했다. 김 전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에 낸 영업이익이 1천억~1500억 원 수준인데 김위철 당시 사장 등 경영진이 원가율을 조작해 이를 4천억 원으로 맞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회사와 강한 마찰을 빚은 끝에 CFO를 맡은 지 반 년 만에 자리에서 보직해임됐다.
현대차그룹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2015년 말에 김 전 사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분식회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을 교체할 경우 분식회계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공식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현대엔지니어링은 특별감리를 받지 않는 등 분식회계 사건에서 비교적 조용히 빠져나왔다.
이렇게 의혹이 마무리되자 이번 인사에서 김 전 사장을 교체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지분이 높아 이른바 '정의선 회사'로 불리는 데 분식회계 논란은 오너일가에 부담을 준 사안인 만큼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김 전 사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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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김위철에서 성상록으로 왜 돌연 교체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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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사장. |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정의선 부회장은 2016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11.72% 확보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를 추진할 경우 정 부회장은 현재 장외주식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약 5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는 최근 1년 동안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장외주식시장에서 주당 61만5천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5월과 비교해 가격이 35%가량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도 약 3천억 원가량 감소했다.
김 전 사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 내부에서 입지가 크게 약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현대엔지니어링 수장에 오른 성상록 사장은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러시아·라오스 순방에 현대엔지니어링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동행했다. 이미 이 시기부터 성상록 사장이 차기 수장으로서 부각되고 있었던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은 이미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였다”며 “이번 인사에서 자연스럽게 물러난 것일 뿐 분식회계 의혹 등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