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11-14 14: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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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해 주가 수익률에서 다른 유통기업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사진은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등 현대백화점그룹 오너 형제는 사람을 한 번 믿으면 오래 쓰는 인사 스타일로 유명하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전문경영인 가운데 두 형제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 한둘이 아닌 이유다.
그 중에서도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의 입지는 유독 탄탄하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대표적인 ‘기획 및 관리 전문가’로서 그룹의 미래를 촘촘하게 그려나가는 장본인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올해 기업가치 상승에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장 사장의 역량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14일 올해 주요 유통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기록이 눈에 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주가는 올해 75%가량 상승했다. 코스피 상승률인 70%를 상회하는 수치로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주가가 같은 기간 52%가량 오른 것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상승한 수치이다 이에 반해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29%, 68%가량 상승을 보였다.
지주사 전환 이후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상승세를 탄 데는 상법개정 추진과 더불어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 스스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올해부터 매 분기마다 내놓는 기업설명 자료의 첫 장을 ‘Why 현대지에프홀딩스?’라는 항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서는 ‘적극 추진 중인 회사의 순자산가치(NAV) 개선 전략’과 ‘정부 정책이 촉매제가 될 가능성’을 투자의 핵심 열쇠로 꼽았는데 그만큼 회사의 기업가치를 놓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모습으로 읽힌다.
내용도 꽤 상세하다.
자회사의 지분가치 상승과 비영업자산 가치 상승, 자회사 지배력 확대, 배당 확대, 자체 수익원 개발과 관련해 자세한 현황과 미래 계획을 매 분기마다 최신화한다. 주요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한섬 등의 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자료만 봐도 그룹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상세함 덕분이다.
지주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사업 자회사뿐만 아니라 지주사의 자체 수익원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최근에는 압구정3구역 상가부지를 통한 임대수익 확대와 상표권 사용료 수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 시가총액이 올해 초 7616억 원으로 시작해 최근 1조3천억 원이 넘는 수준까지 불어난 배경에는 이러한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회사는 스스로 5년 안에 시가총액을 최대 1조8천억 원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장호진 사장이 현대백화점그룹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뢰에 성과로 보답하고 있다는 평가가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장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주도한 인물로 현대지에프홀딩스 초대 수장에 올라 2년 넘게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오른쪽)보다도 현대지에프홀딩스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인물이 바로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다.
장 사장이 그룹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은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ESG경영위원회 등 5개의 소위원회를 두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감사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소위원회 4곳에서 활동했는데 이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사내이사인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이 그 어떤 소위원회에도 적을 두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올해 2월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운영되는 위원회로 변경하면서 장 사장의 역할도 조금은 줄었지만, 여전히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역할의 무게가 가장 무겁다는 것은 연봉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 사장은 2024년 보수로 모두 14억1200만 원을 받았는데 이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보수 13억4900만 원, 13억2800만 원보다 최소 6천만 원 이상 많은 것이다.
장 사장은 과거 현대그룹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종합기획실에서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종합기획실에 배치됐는데 이 조직은 그룹의 모든 방향을 결정하고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였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창업자가 일한 사무실과 같은 층에 종합기획실이 있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범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과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HL그룹(옛 한라그룹), HDC그룹(옛 현대산업개발그룹) 등은 모두 이 조직의 지휘를 받았다.
장 사장은 이러한 조직에서만 14년을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획과 관리 역량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1년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06년 임원으로 승진해 20년 가까이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