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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의 키워 전경련 견제하나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2-17 16: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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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대한상의 키워 전경련 견제하나  
▲ 13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아랫줄 가운데)이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정책자문단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조직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상의의 보수색을 씻고 소통의폭을 넓혀 전경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단체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때문인지 박 회장의 전경련 발길이 뜸해졌다.


1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이달부터 여야 정책위의장과 간담회를 연다. 오는 26일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초청해 ‘경제활성화를 위한 새누리당의 정책 방향’을 주제로 조찬간담회를 개최하며 다음달에는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과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간담회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정치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대한상의가 여야 정책위 의장과 소통하는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경제5단체장과 여야 원내대표 간 첫 회동 후 박 회장이 정치권과 소통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8월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식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상공업계의 권익대변과 정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취임 이후 대한상의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박 회장은 지난 13일 40명의 외부인사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발족시켰다. 대한상의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자문단을 산하에 두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회장은 직접 발로 뛰며 자문위원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13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 회관에서 정책자문단 출범식을 열었다. 정책자문단은 교수 32명,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위원 6명, 국책은행 관계자 1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경제, 기업정책과 규제, 노동, 환경, 조세와 제정, 금융, 무역과 FTA 등 7개 분야에 대해 분기별 전체 회의 및 상시 모임을 갖는다.


박 회장은 “사회적으로 동일한 문제를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각기 다른 해결방안들이 상존해 있는 현실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대변해서는 정부와 국회,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며 “국가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도록 균형감을 갖고 자문위원들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키워 전경련 견제하나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두산그룹 회장
박 회장은 재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다른 경제단체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인데, 자문단에 포함된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런 박 회장의 의지가 읽힌다. 대한상의 정책자문단에는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다.

보수 성향 자문위원으로는 송의영 서강대 교수, 조동철 KDI연구위원, 정인교 인하대 교수 등이 있다. 또한 중도진보 성향이면서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서 경제정책을 주도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진보 성향이면서 역대 정권에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책자문단의 첫 과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조응하는 100여건의 건의과제를 검토하는 것이다. 건의과제는 17일까지 청와대, 정부, 국회 등에 제출할 예정이다.


박 회장이 이렇게 대한상의를 열심히 키우는 것은 경제단체 대표 자리를 놓고 전경련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전경련은 매년 신규 회원사를 8~9개사로 제한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하나투어, 스타벅스 등 54개사에 입회 문호를 개방했다.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모임인 전경련이 대대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벤처, 중견, 서비스 업체들까지 영입 대상으로 ‘눈독’을 들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아우르는 대한상의가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경제단체 중 상공회의소법에 따라 설립된 유일한 법정 단체로 임의단체인 전경련과 법적 지위가 다르다. 하지만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고 나서 전경련에 발길이 뜸하다는 점도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경련과 관련된 행사에는 참석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회장으로서 전경련 회장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지난해 12월 신축회관 준공식에만 얼굴을 비췄을 뿐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이후로 전경련 회장단 월례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두산그룹 측이 요구할 경우 이사회 등 절차를 거쳐 박 회장 대신 다른 부회장을 대신 회의에 참석하게 할 수 있지만 두산그룹 측으로부터 어떤 요청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두산그룹은 박 회장을 포함해 총 네 번째 대한상의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박 회장의 선친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 박 회장의 형인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전문경영인이었던 정수창 전 두산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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