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11-06 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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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마블과 코웨이의 화장품사업 합작 법인 ‘힐러비’가 적자 늪에 빠져 완전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코웨이가 화장품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내걸고 분할했던 힐러비(옛 리엔케이비앤에이치)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만큼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올해에만 모회사인 코웨이와 코웨이 최대주주인 넷마블에게서 모두 세 차례나 돈을 빌릴 정도로 상황은 열악하다. 사실상 넷마블·코웨이의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탈출구를 찾지 못한 셈인데, 앞으로의 상황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일 힐러비가 최근 공시한 사항을 종합해보면 올해 넷마블과 코웨이에서 꾸준히 돈을 빌리고 있다.
힐러비는 10월30일 넷마블에서 모두 52억7300만 원을 이자율 4.60%에 2년 만기로 빌리는 장기차입계약을 체결했다. 자금용도는 운영자금이다. 모두 신규차입은 아니다. 빌린 돈 가운데 48억2800만 원은 기존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한 것이고 나머지 4억4500만 원은 새로 차입했다.
힐러비는 코웨이에서도 돈을 빌렸다. 8월에는 만기 연장 48억 원, 신규 차입 14억 원 등 모두 62억 원을 운영자금 명목으로 빌렸다. 3월에도 기존 차입금 95억 원의 만기를 연장하는 계약을 코웨이와 체결했다.
힐러비의 차입총계는 코웨이 157억 원, 넷마블 187억7300만 원 등이다.
코웨이가 2024년 5월 화장품사업부문을 리엔케이비앤에이치라는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기존에 빌렸던 돈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운영자금을 더 수혈하는 것으로 읽힌다.
리엔케이비앤에이치는 지난해 8월 넷마블 계열의 또다른 화장품기업인 힐러비를 흡수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힐러비로 바꿨다.
코웨이는 화장품사업부문을 떼어낼 때만 하더라도 부진에 빠진 화장품사업을 재육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분할설명서를 보면 “분할신설회사는 화장품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해당 사업부문의 전문성과 개발역량을 강화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적만 보면 코웨이가 물적분할한 효과를 충분히 거두고 있는지의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힐러비는 상반기에 매출 114억 원, 순손실 35억 원을 봤다. 2024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3배 이상 늘었으나 순손실 규모도 5배가량 커졌다. 리엔케이비앤에이치와 힐러비라는 두 적자 상태의 회사가 합쳐지면서 매출과 손실이 동반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익이 나지 않는 탓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힐러비의 자본총계는 상반기 기준으로 –269억 원이다. 1년 전 자본총계 -234억 원보다 35억 원이 더 빠졌다.
코웨이는 화장품사업부문 분할 당시 “회사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분할 및 합병에 따른 효과가 미진할 경우 코웨이의 재무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힐러비는 넷마블과 코웨이가 2021년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다. 총 자본금 100억 원으로 설립됐는데 넷마블과 코웨이가 각각 41억 원씩 출자했고 나머지 18억 원은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이 자금을 댔다.
▲ 힐러비는 G마켓과 협업해 단독 상품을 내놨지만 판매 성적은 저조하다. 6월 말 서울 강남구 G마켓 본사에서 열린 업무 협약식에서 조성훈 힐러비 브랜드커머스 그룹장(왼쪽)과 유보연 지마켓 뷰티 팀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웨이>
물론 힐러비가 사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힐러비는 지난해 물적분할과 흡수합병 등 지배구조 변경을 거치면서 전열을 재정비했다. 4월 리엔케이라는 새로운 로고와 함께 세포 과학 기반의 ‘셀 더마 브랜드’를 리뉴얼했고 새 브랜드 모델 선정과 마케팅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코웨이에 따르면 힐러비가 최근 선보인 리엔케이 브랜드의 ‘콜라겐 미드샷 앰플’은 9월22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선론칭한 지 하루 만에 전량 품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K뷰티 열풍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정도의 성과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G마켓과 손잡고 공동으로 기획해 8월 출시한 컬러 크림 ‘빛크림’의 성과는 처참하다. 현재 G마켓에서 공개적으로 노출된 ‘빛크림 트리플 래디언스 컬러크림’의 구매 건수는 172건이다. 하루에 약 2개만 판매된 셈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사업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한 형편이 아니라는 얘기도 들린다. 힐러비는 리엔케이 홍보를 위해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서 계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에는 이미 사용이 만료된 주소가 적혀 있다.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코웨이가 힐러비를 분사할 때부터 직원들 사이에서는 “자생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사회생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급작스럽게 분사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정리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힐러비 측은 “힐러비는 원래 화장품 사업이 목적이 아니라, DNA 분석을 활용해 피부와 건강에 최적화된 맞춤형 뷰티·헬스 제품을 추천 및 판매하는 플랫폼 구축이 목표이었다”라며 “하지만 정부의 개인정보 및 유전자 정보 활용 규제 강화로 인해 DNA 기반 서비스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됐던 것”이라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