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는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를 목표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비밀병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기는 자연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 위치한 희토류 광산 사진.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최근 미국을 겨냥해 대폭 강화한 희토류 수출 통제는 수 년 전부터 전략자원 무기화를 목표로 준비한 핵심 협상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단기간에 공급망을 재편해 대안을 마련하거나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계속 강경한 태도를 앞세우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19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이 최근 무기로 앞세우고 있는 희토류 수출 통제가 이미 수 년 전부터 준비해 온 ‘비밀병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와 무역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가 중국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해 계산된 행보였다는 의미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폭 강화하며 예상치 못한 공세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조치는 미국의 반도체 및 첨단기술 대중국 규제 조치를 모방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정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사기관 게이브칼은 “희토류는 결국 중국 정부의 ‘트럼프 카드’”라며 “이는 미국을 움츠리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희토류는 전자제품과 군사무기 등 제조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채굴의 70%, 가공의 약 90%를 책임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자 점점 많은 종류의 희토류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11월8일부터 17개 희토류 원소 가운데 12종이 수출 통제 대상에 들어간다. 중국 기업이 희토류 채굴 및 가공 장비를 해외에 판매할 때도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12월부터는 세계 모든 기업이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 금속을 0.1% 이상 포함한 희토류 자석이나 반도체 소재를 수출할 때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결국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단순히 관세 인하가 아닌 기술 규제 자체를 포기하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앞세우고 있다는 해석을 전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희토류 채굴장. <연합뉴스> |
게이브칼은 “중국이 가장 최근에 내세운 규제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려는 목적으로 수립된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부터 자국 또는 동맹국에서 개발한 첨단 반도체와 장비, 기술에 중국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이며 이를 무력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새 규제가 발표된 뒤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도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중국 당국은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 여지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희토류 수출 규제는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정당한 행위였다며 강경한 태도를 재차 확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중국 정부의 협상 전략이 이전보다 더 첨예해지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중국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을 지배하게 된 성과를 최대한 활용해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자국에 우호적 결과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까지는 최소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더 나아가 중국 당국은 미국의 이러한 시도를 꺾기 위한 규제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12월 도입하는 희토류 수출 통제 방안은 기존의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모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결국 미국 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원하는 카드를 내어주는 것 이외에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중국 씨틱증권은 “이번 희토류 규제는 중국의 공급망을 전 세계 국가들이 더욱 넘보기 어렵도록 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대안을 찾는 일이 훨씬 어려워지고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