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정부가 그린수소 관련 사업에 지원 정책을 대폭 축소하며 중국에 역전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P의 그린수소 저장 및 운송 설비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의 친환경 산업 정책 위축으로 차세대 에너지인 그린수소 산업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중국은 원가 경쟁력과 정부 주도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그린수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며 글로벌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그린수소 에너지 관련 정책 변화가 중국과 경쟁에 큰 악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린수소는 철강 제조 및 선박 등에 활용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 연료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활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그린수소는 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 정부도 그린수소의 성장성에 주목해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적극적 지원 정책을 앞세워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 에너지부는 이전 정부에서 22억 달러(약 3조1천억 원)를 배정했던 수소허브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에너지부는 이외에도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미국 전기분해기 제조업체에 제공하려던 보조금 지급 계획을 철회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해 통과된 세제 개편안도 그린수소를 비롯한 여러 친환경 산업에 인센티브를 대폭 축소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기존에는 2032년까지 착공하는 그린수소 생산 설비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기한이 2027년으로 단축됐다.
그린수소는 주로 중장기 시장 성장성을 고려해 추진되던 사업이던 만큼 다수의 프로젝트가 철회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더 나아가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수입관세 인상도 전기분해기를 비롯한 여러 그린수소 관련 공급망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 그린수소 생산 설비 참고용 사진. < BP > |
수소산업 분야를 대변하는 미국수소연합은 블룸버그에 “트럼프 정부에서 기업들이 투자 리스크를 재평가하면서 프로젝트 진행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환경방어기금은 “미국은 이제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주도권이 다른 국가로 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 정부의 그린수소 지원 축소에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린수소는 여러 친환경 에너지 산업 가운데 중국이 아직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지 않은 몇 안 되는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중국이 그린수소 관련 정부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책이 대폭 축소되며 상황이 바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10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을 제시하고 관련 산업에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위치한 그린수소 생산 설비 용량이 25만 톤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최근 전국 단위의 그린수소 프로젝트 추진 독려 계획도 발표하며 해당 산업에 추가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그린수소 분야에서 정부 인센티브 축소로 중국과 경쟁하기 어려워졌다”며 “중국의 원가 경쟁력이 매우 뛰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그린수소를 포함한 여러 친환경 산업 프로젝트에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이미 다수의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거나 지원됐으며 전기차 구매자에 제공하던 세액공제 혜택도 폐지됐다.
블룸버그 자체 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약 36% 줄었다.
상반기에 미국에서 취소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규모만 220억 달러(약 31조3천억 원)에 이른다는 집계도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폭넓은 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예산 삭감과 중국의 적극적 지원 정책으로 향후 수십 년 동안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 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