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방산 기업들이 무인기·드론 등 무인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
[비즈니스포스트] 미래 '인구절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산 무기의 '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년 뒤에는 현역으로 입대할 수 있는 국내 병역 자원이 절반으로 줄어듦에 따라 인간의 공백을 무인 무기가 메우는 것인데,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무인 무기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무인기·드론이 가진 저비용·고효율·비대칭성 등의 전략적 가치가 주목받는 가운데 K방산 기업들은 무인기·드론 체계와 드론 방어 체계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일 방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은 무인기·드론 등을 활용한 무기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인기 체계·엔진 개발, 시설 구축 등에 75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7월 완료한 4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대금 가운데 3000억 원을 2026년까지 이 분야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회사는 미국 무인기 개발 기업 ‘제너럴아토믹스에어로티컬시스템’과 단거리이착륙(STOL) 무인기 ‘그레이이글(GE-STOL)’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2024년 11월 이륙 실험을 마쳤으며, 2027년 초도 비행이 목표다.
그레이이글은 짧은 거리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해 제한된 환경에서 정찰·공격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시스템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레이저 기반 무인기·드론 요격용 무기체계 ‘천광 블록Ⅰ’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천광은 표적에 레이저를 쏴 섭씨 700도의 열을 가함으로서 내부 장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하드킬(표적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 방식의 무기인데, 한 발당 비용이 약 2000원 수준으로 미사일 대비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는 2024년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천광 양산 사업을 양수받았으며, 기존 출력 20kW·사거리 3km의 성능을 향상시킨 ‘천광 블록Ⅱ’, ‘천광 블록Ⅲ’ 개발 사업을 내년 착수할 예정이다.
LIG넥스원은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블록-I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탑재중량 40kg급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 시스템 △다목적 무인헬기(MPUH) 등의 드론 분야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22년부터 개발 중인 소형 무인기 대응체계 블록-Ⅰ은 소형무인기를 탐지하고 항적정보를 받아 재밍(전파방해 및 교란) 전파를 방사해 소형무인기의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을 유도할 수 있는 ‘소프트 킬’ 방식을 체택하고 있다.
또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MPD)도 2020년부터 개발 중이다. 길이 2m 안팎의 크기인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정익 드론으로, 2차전지를 동력원으로 하고 있어 소음이 작다는 게 장점이다.
탑재 중량 40kg급 수송용 드론체계인 KCD-40은 올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경우 2028년 군부대 도입이 예상된다. 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격오지 부대, 전시 고립 부대에 주·부식, 의료물자, 탄약 등의 군수품을 보급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전투기-무인전투기(UCAV)-소형 다목적무인기(AAP)가 연계된 유·무인 복합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KF-21, FA-50 등의 전투기에 무인전투기 4대를 연결하고 무인 전투기마다 소형 다목적 무인기 4대씩, 총 1대당 16기의 다목적무인기가 장착되는 것이다.
회사는 소형 다목적 무인기(AAP)를 시험 비행을 지난 9월 실시했다. AAP는 길이 3m급의 소형 드론으로, 전투기 외부에 장착됐다가 공중에서 출격해 적을 요격할 수 있다.
또 회사가 지난 9월 공개한 인공지능 기반 회전익 무인자율전투체계(RoMACS) 개발 청사진에 따르면 국산 헬기 ‘수리온’ 등에도 공중발사무인기(ALE)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무인기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에도 지분을 투자해 ‘AI파일럿’ 등 무인기 기술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주요 투자 사례는 △비행제어 기술 스타트업 ‘디브레인’ △인공지능 기반 국방합성데이터 기업 ‘‘젠젠에이아이’ △빅데이터분석·사물인터넷 기업 ‘펀진’ 등이다.
▲ 러시아 군인이 무인기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 <우크라이나 국방부> |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20세 남자 인구수는 2013년 38만2000명에서 2025년 23만9000명으로 줄었다. 오는 2045년에는 12만명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방산 업계는 그동안 미래 인구절벽 등에 대응해 무인무기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특히 무인기·드론이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용 드론의 전술적 가치가 입증되자, 각 국가별로 군사용 무인기·드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드론 연구기관 드론스태이티스틱스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군사용 드론 시장 규모는 405억 달러(약 50조원)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