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반도체웨이퍼 제조업체인 LG실트론을 인수해 SK하이닉스가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내면서 강력한 원가경쟁력과 안정적인 웨이퍼 수급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LG실트론에서 공급받던 웨이퍼 수급에 차질을 겪을 수 있고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경쟁력도 높아져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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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의 LG실트론 인수가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을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G실트론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웨이퍼는 글로벌시장에서 상위 5개 기업이 90%에 가까운 점유율로 과점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공급부족이 이어지며 공급업체들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웨이퍼 특성상 기술난이도가 높아 신규업체의 진입이 어렵다”며 “올해 2분기 웨이퍼 공급가격이 1분기보다 15% 상승하는 등 반도체업계에서 웨이퍼업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수직계열화를 통해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향후 사업확대에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LG실트론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향후 사업확대에 유리한 입장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전체 웨이퍼의 30% 정도를 LG실트론이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SK가 이번 인수를 통해 웨이퍼 공급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웨이퍼시장에서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LG실트론의 웨이퍼 확보에 차질을 빚어도 다른 업체에서 이를 조기에 대체해 공급받기는 쉽지 않다.
SK하이닉스가 LG실트론의 웨이퍼 수급가격도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유리하게 책정할 수 있어 반도체사업에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인수로 LG실트론의 웨이퍼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외형성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D낸드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D램의 생산성도 개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웨이퍼 수급이 원활히 이뤄질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3D낸드 대규모 신규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D램에 추가투자도 검토하고 있는데 웨이퍼 수급에 차질을 겪을 경우 외형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LG실트론의 웨이퍼 공급이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 시장에서 공급부족이 더 심화되며 웨이퍼 가격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익성 악화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경쟁력 강화가 오히려 반도체업계에서 공급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을 낮춰 모든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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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공격적인 생산확대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웨이퍼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가격상승으로 부담을 안게 되면 D램과 낸드플래시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
낸드플래시 경쟁업체인 도시바와 샌디스크에 이어 장기적으로 시장진출을 노리고 있는 중국기업들도 본격적인 생산확대시기를 웨이퍼 공급이 안정화된 뒤로 늦출 공산도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가 독주체제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3D낸드와 D램 미세공정기술에서 크게 앞서 웨이퍼 가격상승을 만회할 수 있는 원가절감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영향력이 글로벌시장에서 더욱 확대될 수 있는 셈이다.
전자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는 웨이퍼 공급사들에 높은 가격을 선제시하면서 물량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반도체시장에서 웨이퍼 수급여부와 가격이 점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