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이 2016년 3월1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씨저널] 명인제약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기업공개(IPO)가 순항하며 마무리 단계에 왔다. 명인제약은 10월1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다.
이행명 명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이번에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증설과 신약개발에 속도를 더해 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 명인제약 IPO, 단단한 사업 포트폴리오 긍정평가 받아
명인제약의 기업공개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명인제약이 9월18~19일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결과 58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에 따르면 이 일반청약에는 약 17조3634억 원의 증거금이 몰려 최근 공모시장과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투자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명인제약은 공모가 5만8천 원 확정으로 모두 1972억 원 규모의 공모자금을 새롭게 조달하게 됐다.
금융업계에서는 명인제약의 안정적 재무구조와 높은 이익률, 그리고 중추신경계(CNS) 전문제약사로서 포트폴리오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투자자들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국내 CNS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200여 종 이상의 CNS 전문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제약업계 최다 수준인 31종류의 단독의약품을 확보하고 있다.
명인제약의 이런 경쟁력은 단단한 재무구조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연결 매출 2694억 원, 영업이익 927억 원을 거뒀으며 3년 연속 영업이익률 30%를 넘겼다. 이런 실적은 제약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판단된다.
명인제약의 고수익 구조를 떠받치는 주춧돌은 원료의약품(API)부터 완제의약품까지 모든 제조 과정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에 있다.
명인제약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225개 중추신경계(CNS) 약품품목 가운데 약 25%에 해당하는 55개 품목의 원료의약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자체적으로 원료의약품 생산하기 때문에 원료의약품을 사들여 제조하는 경우와 비교해 68%의 원가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안정성 지표를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2024년 기준 9.4%,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은 287.5%에 달한다.
특히 부채비율의 경우 제약업계 평균 부채비율(코스피) 83.2%와 비교해 월등히 낮은 수치로 업계 최저수준으로 보인다.
이행명 회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차세대 제형(약물을 용도에 맞는 형태로 만든 것), 신약 개발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명인제약, 펠렛공장 증설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
명인제약의 핵심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는 펠렛공장 증설을 통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이 꼽힌다.
명인제약은 현재 발안 제2공장에 국내 최대규모의 펠렛전용 생산설비를 전체 1300억 원을 투자해 2027년 상업화 생산을 목표로 구축하고 있다.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모은 자금의 약 70%가 증설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안 제2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6억 캡슐과 펠렛 2억 캡슐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펠렛 전용 생산설비로 평가받는다.
펠렛은 의약품을 작은 과립 형태로 만든 제형으로 복용 편의성과 약효 지속성을 높인 고부가 기술이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 펠렛 시장은 2024년 약 410억 달러 규모에서 2033년에는 약 71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시장이다.
명인제약은 발안 제2공장 증설이 마무리 되면 유럽 시장을 공략해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아가 위탁개발생산 수주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향후 자체 신약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조현병 신약 '이베나마이드'로 신약개발 본격화 예상
명인제약의 또 다른 핵심 동력으로는 조현병 치료제 신약 '이베나마이드'의 개발이 꼽힌다.
명인제약은 올해 초 이탈리아 뉴론(Newron)과 치료저항성 조현병 치료제 '이베나마이드'의 한국 내 상용화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치료저항성 조현병이란 약을 여러 번 써도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는 조현병으로 일반적 조현병 약을 먹어도 환청, 환각, 사고장애 같은 증상이 지속되는 병을 말한다.
이베나마이드는 뇌의 지나친 흥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전압 개폐형 나트룸 채널'이라는 뇌 속의 '일종의 작은 문'을 조절해서 뇌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도와 환청이나 환각 같은 증상을 줄여주려는 약물이다.
명인제약은 뉴론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의 전체 환자 가운데 10%를 한국에서 모집하고 해당 임상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베나마이드의 글로벌 개발 비용에서 일정비율을 분담하고 한국에서의 이베나마이드 허가와 등로그, 마케팅 및 상업화를 맡는다.
뉴론은 올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이베나마이드 3상 임상시험(ENIGMA_TRS)을 승인받았고, 약 1천 명 규모로 임상을 진행한다. 이번 임상시험의 1차 평가 결과는 내년 4분기 발표될 예정이며, 순조롭게 개발된다면 2027년 출시가 유력해 보인다.
이행명 회장은 2027년을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바라보고 있다.
2027년에는 펠렛 신공장이 본격 가동될 시기일뿐만 아니라 조형병 신약 이베나이드의 출시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명인제약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유럽 의약품청, 미국 식품의약국,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인증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권역별 맞춤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명인제약은 경쟁사와 비교해 중추신경계 제품 포트폴리오가 시장친화적이며 수익성이 높은 제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이번 IPO를 통해 얻은 자금을 바탕으로 신약과 펠렛제형에 집중하는 것은 또 다른 도약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