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징 중국 주석이 24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정상회담에서 화상을 통해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중국이 국제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해 다른 국가들도 기후목표 이행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도 아직 차기 기후목표를 수립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 중국이 내놓은 목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관련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이 발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영향에 글로벌 기후대응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23일(현지시각) 중국의 2035 NDC를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이르는 시점 대비 7~10%로 설정해 발표했다. NDC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이 5년 주기로 설정해 제출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일컫는다.
각국 대표와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에 발표한 2035 NDC는 실제 글로벌 기후목표 달성에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야오저 그린피스 동아시아 글로벌 정책 고문은 "중국의 이 목표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중국 정부는 항상 자신있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먼저 설정한 뒤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붑커 훅스트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은 공식성명을 통해 "안타깝게도 그들이 제출한 NDC는 우리가 달성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이같은 목표는 분명히 실망스럽고 중국의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세계 기후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도 25일(현지시각) 자체 사설을 통해 중국이 설정한 낮은 목표를 빌미로 다른 국가들도 국제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당화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최소 67% 설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히 한국은 아직 2035 NDC를 최종 확정하지 않은 만큼 중국이 발표한 낮은 목표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환경부가 19일 주최한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총괄 토론회'에서 여러 국내 전문가들은 무작정 높은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현실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에 제시된 48% 안만 해도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전제로 한 도전적인 수치"라며 "우리보다 에너지 전환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도 2035 NDC를 60%로 설정해 제시했는데 이보다 산업 구조 전환이 더 느린 한국이 60% 이상을 제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전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에 앞서 4가지 2035 NDC 수립안을 제시했다. 2018년 대비 48%를 감축하는 가장 약한 1안, 선형감축경로에 따라 53%를 감축하는 2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권고에 따라 61% 감축하는 3안, 시민사회가 주장한 65% 감축을 목표로 하는 4안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다음달 2일까지 각 산업분야별로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16일에 열리는 종합토론을 거쳐 최종안을 수립한다. 그 이후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최종안을 심의 및 의결한 뒤 국무회의에 제출해 대통령 승인을 받게 된다.
플랜1.5, 기후솔루션, 녹색전환연구소, 빅웨이브 등 국내 시민환경단체들은 모두 국제 기후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이 되려면 2035 NDC는 최소 60% 이상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웅 부경대 교수는 "3, 4안은 다른 나라도 이와 같은 국제 질서를 지킬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저희가 추진하는 건데 그게 실제로 가능한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수용성이고 기후 친화적인 정부가 5년 후에도 지속되려면 실행 가능성에 집중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