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주 4.5일제 실시하고 노동시간 단축하라!” “금융 노동자 총단결로 산별교섭 승리하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 로비. 30여 명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총파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외쳤다.
궂은 날씨 탓에 기자회견 장소가 정문 앞에서 로비로 바뀌었지만 노조원들의 결의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에서는 금융노조의 선제적 행동으로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사명감이 보였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2002년 주 5일제를 가장 먼저 도입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킨 경험이 있다”며 “금융산업은 이런 변화를 선도할 책임과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재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하고 내수가 침체된 지금 주 4.5일제는 내수 활성화, 청년고용 확대,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해법”이라며 “금요일 오후가 여가와 소비로 채워지면 지역상권이 살아나고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이 금융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조문호 전북은행지부 위원장은 “2002년 금융노조가 노사 합의로 주 5일제를 시행하고 조용병 회장과 은행장들도 주 5일제의 혜택을 누리며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반드시 주 4.5일제를 쟁취하겠다”고 말했다.
▲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금융노조는 2002년 국내 산업군 가운데 가장 먼저 주 5일제를 도입했다. 이후 주 5일제가 모든 사업장에 확산되기까지는 약 9년이 걸렸다.
이번에도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확산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와 함께 3%대 임금 인상도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노조는 이번 교섭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임금 인상률을 3.9%까지 낮춰 수정 제안까지 했음에도 사측은 여전히 2.4%를 고수하고 있다”며 “사측의 제안이 실질임금 삭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사측은 통상적으로 공무원 임금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임금 협상을 한다. 올해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3%인데도 불구하고 사측이 이보다 낮은 2.4%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원들은 기자회견 내내, 총파업 결정 전 사측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성창 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 노동자들은 노사 상생의 길을 함께 만들자고 사용자 측에 요구했지만 진정성 없는 태도에 절망과 분노만 커지고 있다”며 “9.26 총파업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불성실한 사용자 측에 있음을 분명히 알린다”고 말했다.
윤석구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도 “6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안건을 제시했지만 사용자 측은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답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에게 최후의 보루인 파업을 하기 전에 사용자들은 진정성 있는 태도로 교섭장에 나와 금융노동위원장과 진지한 대화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인상 관련 구호를 외친 뒤 피켓을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금융노조는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 등을 두고 금융산업자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전날 최종 교섭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이날 9.26 총파업 돌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총파업은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진행된다.
금융노조 조합원은 약 10만 명이다. 이 가운데 육아휴직 등을 제외한 실제 참여 가능 인원은 8만여 명 수준으로 총파업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총파업은 노조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쟁 수단이다.
금융노조는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4.98%의 찬성률을 얻어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고 26일 총파업을 결정했다.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과거 총파업이 대부분 공공기관 관련 문제에서 비롯됐던 것과 달리 이번 파업은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가 쟁점인 만큼 시중은행 조합원들의 참여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총파업 이후 2차 파업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교섭 과정에 따라 결정된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