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로 미국 내 한국 유학생들이 졸업 이후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피터 와이클린 전 미 연방의원협회(FMC)회장(왼쪽)이 19일 국회 외교통일일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미 경제 동맹 발전을 위한 정책 논의 - E4 비자 신설에 대한 필요 및 실효성 토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뛰어넘는 약 6천만 달러의 흥행 매출을 기록한 ‘킹오브킹스’가 한때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생애를 다룬 소재의 한계 때문에 작품은 기대만큼 오랜 관심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중의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졌고, 그 자리는 곧 새로운 애니메이션 작품이 채웠습니다.
그 뒤 그 자리를 대신한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헌터스’입니다.
이 영화는 공개된 지 3개월 만에 누적 시청 수 3억 회를 돌파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 중 하나가 됐고 국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모았습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K-Pop 아이돌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아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의 공동감독인 매기 강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간 2세대 이민자입니다.
매기 강 감독은 캐나다 셰리던 칼리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졸업작품이 드림웍스의 눈에 띄면서 3학년 때 드림웍스에 스카우트되어 스토리 아티스트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드림웍스뿐만 아니라 블루스카이와 워너브라더스, 일루미네이션 등 여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으며 10여 년간 커리어를 이어왔습니다.
캐나다 출신인 매기 강 감독은 이민자 신분이었기에 한국의 유학생들과 달리 취업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미국 내 한국 유학생들은 H1B 비자 취득의 어려움 때문에 졸업 이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H1B 비자는 연간 발급 수가 한정돼 있어 추첨을 통해 발급되는데 한국인 유학생의 비자 발급 비율이 매우 낮아 상당수가 취업에 실패해 귀국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비자 문제는 미국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한국 유학생들의 큰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유학생도 비자를 미끼로 취업했다가 온갖 궂은 일만 도맡아 한 뒤 결국 빈손으로 회사에서 나와야 했습니다. 뉴저지 소재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올해 H1B 비자로 4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모두 추첨에서 탈락해 채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국 유학생들의 상당수는 졸업 뒤 현지 취업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국제교육원(IIE)의 2022년 통계를 보면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4만여 명이지만 이 중 H1B 비자를 발급받는 비율은 5%에 불과하며, 현재는 그 비율이 더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이끌고 있는 핵심인재 채용플랫폼 '비즈니스피플'은 해외인재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해외인재의 가입과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도 비자 발급의 어려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해외 유학생들이 국내에 유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즈니스피플의 해외인재 코너에는 해외인재 채용 정보가 많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사 담당자와 헤드헌터들이 이들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으니까요.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사 직원들의 구금 뉴스는 전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비자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켰습니다.
한국기업의 미국 진출이 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비자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취업비자 문제로 합법적 체류와 업무수행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 비자(E-4) 신설 법안이 제출돼 논의 중이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인 전용 E-4 비자 신설 법안이 통과되면 H1B와 달리 연중 신청할 수 있는 데다 발급 수가 연간 최대 1만5천 건으로 한정된다고 해도 체류기간에 제한이 없어 한국 유학생들에게 보다 유리한 대안이 될 겁니다. 그러나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미국 정부가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습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졌습니다. 반도체와 조선처럼 상대적 우위를 가진 분야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K콘텐츠와 K뷰티, K방산 같은 문화와 소비,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유학생을 포함한 해외인재들이 글로벌 현장에서 역량을 펼칠 기회가 더 많아질 테니까요. 정인호 비즈니스피플 본부장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