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기아 EV5(EV5)’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기아가 처음으로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바디를 가진 전기차, ‘더 기아 EV5(EV5)’를 내놨다.
패밀리카로 인기가 높은 기아 스포티지와 비슷한 수준의 크기를 갖춘 전기차 EV5 출시를 기다려온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EV5를 지난 23일 직접 타봤다.
EV5 시승 차로는 EV5 롱레인지 어스 모델(5230만 원)에 빌트인캠2 플러스,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등 모든 옵션(663만 원)이 다 들어간 5893만 원 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EV5는 외관에서부터 기존 전기차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줬다.
기존 전기 SUV들이 특유의 ‘전기차 스타일’을 내세우는 것에 비해 EV5는 기존 내연기관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형을 갖췄다.
준중형 SUV로 분류되는 EV5 차체 크기는 전장 4610㎜, 전폭 1875㎜, 전고 1675㎜, 축간거리 2750㎜이다.
휠베이스가 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체구를 가졌기 때문에 실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기차는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해야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EV5에는 81.4킬로와트시(kWh)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탑재됐음에도 실내 바닥이 높아졌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2열에 앉아 보니 넉넉한 공간감으로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EV5 2열 레그룸은 1041㎜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외관은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주행에서만큼은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가속 성능을 자랑했다.
차를 도로에 올린 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미끄러지듯 치고 나갔다. 고속 주행 코스에서는 전기차다운 주행 성능을 뽐냈다.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속도가 올라갔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 즉각적 반응 속도를 보여 운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EV5는 날렵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외관을 갖췄음에도 공기저항계수가 0.29에 불과하다. 공력 성능이 좋으면 바람의 저항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는 물론 소음까지 줄일 수 있다.
EV5에는 주파수 감응형 댐퍼도 적용됐다. 이 댐퍼는 노면의 진동 주파수에 따라 감쇠력을 달리해, 고속 주행 시 차체를 단단히 지지하면서도 저속 주행에서는 승차감을 부드럽게 유지한다.
실제 주행하는 동안 거슬리는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노면 상태에 따라 소음이 커지는 구간도 있었지만, 수준급의 정숙성을 유지했다.
조향감도 뛰어났다. 급커브에서도 조향감과 차량 반응 속도가 좋아 안정적 주행이 가능했다. 고속 선회 시에는 차체 쏠림이 나타났지만 높은 차체 강성을 갖춘 덕분에 곧바로 균형을 되찾았다.
과속방지턱을 다소 빠른 속도로 진입했을 때에도 불쾌한 수준의 진동 없이 부드러운 넘김을 보여줬다. 브레이크 성능도 뛰어나 가속 상태에서 급격하게 속력을 줄일 때도 차량이 밀린다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정차했다.
패밀리카로 활용하며 가족들과 함께 탑승할 때도 불편함 없이 주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8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로 구성된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는 발라드부터 댄스, 힙합, 재즈, 클래식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했다.
패밀리카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인 안전을 위해 기아는 EV5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가속 제한 보조 기능을 적용했다.
차량이 시속 80㎞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고 오랫동안 밟아 가속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에 1차로 팝업 메시지를 통해 경고한다. 2차로 음성 메시지 경고를 내며 가속을 제한한다.
기아는 패밀리카로 EV5를 준비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를 위한 기능인 펫모드도 추가했다.
반려동물을 차에 두고 내려야 할 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차량 내 적정 온도를 자동으로 유지시키고, 반려동물이 차량 내 각종 버튼을 눌러도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출발지인 경기 하남시 하남도시공사부터 기착지인 경기 가평군 가평양떼목장까지 약 45㎞ 시승코스에서 EV5의 1kWh당 전비는 6.3㎞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 복합전비는 1kWh당 5.0㎞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460㎞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