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9-22 15: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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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12년 만에 국내 수입차 판매 3위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0년 넘게 BMW코리아와 1,2위 자리를 번갈아 차지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2년 연속 BMW코리아에게 1위 자리를 내줬고, 올해도 누적 판매량이 1만 대 가까이 벌어지면서 BMW코리아를 따라잡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판매량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파업까지 길어지면서 테슬라코리아에게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 2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주춤한 사이 테슬라코리아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주니퍼를 앞세워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올해는 2위 자리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올해 7월과 8월에는 4천 대가량 밖에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딜러사 노조와의 갈등까지 불거져 남은 기간에도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테슬라코리아에게 국내 수입차 판매 순위 2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연속으로 수입차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5월 판매 순위에서는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5월에도 1위는 테슬라가 차지했다.
이전까지는 BMW코리아와 월간 판매 1위 자리를 다퉜지만, 테슬라 모델Y 주니퍼 출시 이후 테슬라코리아에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4월부터 모델Y 주니퍼를 앞세워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3월 판매량은 2591대에 그쳤지만, 4월에는 6710대, 5월 6570대, 6월 6553대, 7월 7357대, 8월 7974대를 팔았다.
테슬라코리아가 판매 증가세를 보이며 한 달에 8천 대 가까이 판매하는 동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7월 4472대, 8월 4332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8월까지 누적 판매 순위는 BMW코리아가 5만1228대로 1위에 올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4만1379대로 2위, 테슬라코리아가 3만4543대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테슬라코리아의 판매량 차이는 1만7398대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6836대로 줄었다. 현재 같은 흐름을 보인다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연간 판매 순위 3위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판매 순위 3위를 차지한 것은 2013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BMW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4월부터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주니퍼(사진)를 앞세워 판매량을 크게 늘리며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3월 판매량은 2591대에 그쳤지만, 4월에는 6710대, 5월 6570대, 6월 6553대, 7월 7357대, 8월 7974대를 팔았다. <테슬라코리아>
BMW코리아에게 3년 연속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도 높아졌다. BMW코리아와 판매량 차이 1만 대 가까이 벌어졌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판매 흐름을 봤을 때 남은 기간 순위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와의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판매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영업직들은 지난 7월2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영업직 노조원들은 최근 파업을 풀고 일단 업무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내년 2분기부터 시행하기로 한 '직판제'를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직판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수입부터 판매까지 직접 맡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등 문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사가 가장 큰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도 직판제와 인센티브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대관 전국금속노조 수입차지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성자동차 영업직원들이 일단 업무에 복귀한 것은 맞지만, 한성자동차 사측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어떤 방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총파업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추석 연휴에는 서비스센터 직원들이, 추석 연휴 이후에는 영업직들이 다시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교섭 창구는 계속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를 좁히지는 못하고 있다”며 “누적된 판매 부진 흐름을 바꿔보기 위해 사측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서울지부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노조 입장문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노조 측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본사가 소통을 아예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딜러사 가운데 하나인 신성자동차는 대표이사의 성추행 문제까지 불거졌다. 최장열 대표는 지난해 1월4일 신년회 후 가진 회식 자리에서 영원직원들을 자신의 자리로 부르거나, 직접 가서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신성자동차 노조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이에 대한 감사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