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분기별 실적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삼성증권도 현대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현대건설 연결기준 예상 영업이익을 9921억 원에서 7709억 원으로 20% 이상 내려잡았다.
증권업계에서 현대건설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를 놓고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플랜트 현장에서 나온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이 비용 처리될 예정이라는 점을 꼽는다.
현대엔지니어링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플랜트 현장의 2곳 발주처에게 본드콜 요구를 받았다.
올해 6월 말레이시아 전력 플랜트 현장 발주처(에드라에너지)로부터는 하자보수 추진 실적 저조를 이유로, 8월에는 폴란드 석유화학 플랜트 현장에서 발주처(그루파 아조티 폴리올레핀스)가 공사비 인상 및 공사기간 연장에 관한 이견을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에 본드콜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폴란드 현장에서 본드콜 요구를 받은 규모인 1700억 원가량의 지급이 완료돼 3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현장에서는 중재 절차 결과가 10월에 발표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추가로 1천억 원가량이 영업이익 감익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자회사뿐 아니라 현대건설의 자체 플랜트 현장에서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2분기 플랜트 부문에서 원가율 100.3%를 기록했다. 1분기 95.5%에서 4.8%포인트 증가해 100%를 넘어섰다.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현장 2곳(마잔·자푸라)에서 예상 원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한 데 따른 영향이다.
현대건설이 가스처리 공장 부대시설 공사를 수행하는 사우디 마잔 현장은 완공예정일(6월30일)을 지나 공사가 남아있는 만큼 3분기에도 추가 원가 반영에 따른 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폴란드 현장에 이어 말레이시아 현장의 본드콜 규모를 고려하면 2천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 반영이 불가피하다”며 “현대건설 별도 플랜트 부문 낮은 수익성 역시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가 내놓는 현대건설의 3분기 실적 부진 전망을 고려하면 이 대표는 올해 초 세웠던 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 목표치(1조1828억 원) 달성에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현대엔지니어링의 2월 세종-안성 고속도로 현장 붕괴사고 관련 재시공 비용, 정부 기조에 발맞춰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안전관리 비용 역시 이 대표에게 실적 측면의 악재로 여겨진다.
다만 이 대표는 앞으로 실적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주요 지표인 수주에서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올해는 고전하고 있지만 이후를 기약할 디딤돌은 탄탄히 다진 셈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신규수주 16조7344억 원을 기록했다. 연초 목표인 31조1412억 원의 절반 이상(53.7%)을 채웠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연초 사고 이후 신규수주를 급격히 줄인 것을 고려하면 현대건설 자체 성과는 더욱 높아진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16조7344억 원의 신규 일감을 따냈는데 이는 연간 목표(17조5천억 원)의 77.2%에 이르는 규모다.
▲ 류성안 현대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왼쪽에서 3번째)과 이라크 해수처리시설(WIP)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14일(현지시각) 이라크 총리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착공된 현장들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는 상황”며 “이에 정상 이익률을 지닌 신규 프로젝트 비중이 확대되며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성과에 더해 3분기 중 해외에서 4조 원대 초대형 수주를 추가한 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연간 목표를 조기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15일 이라크에서 30억 달러 규모, 4조3902억 원에 이르는 해수공급시설(WIP)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이라크 코르 알 주바이르 항구 인근에 하루 500만 배럴의 용수를 생산할 수 있는 해수처리 플랜트를 4년 동안 짓는 공사로 2019년 낙찰의향서(LOI) 수령 뒤 사업의 지분 구조 및 자금조달 문제로 미뤄지다 현대건설이 6년 만에 수주계약을 따낸 것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단독·대형 공사인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프로젝트로 연평균 1조 원 안팎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며 “글로벌 메이저기업(토탈에너지스·카타르에너지)과 국영기업이 함께하는 구조로 대금 지급 리스크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 이르기까지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의 소형모듈원전(SMR) 건설공사,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등을 이 대표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분야의 수주를 예약해두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하거나 착공한 ‘강서구 가양동(CJ부지) 개발사업(1조6267억 원)’, ‘디에이치 아델스타(과천 주암장군마을 재개발사업, 4333억 원)’ 등을 포함해 최근 따낸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프로젝트 등은 이 대표가 내년 현대건설 실적 개선을 이끄는 주요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대건설의 올해 실적은 자회사 리스크가 부각되며 아쉬운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정상화될 것”이라며 “(과거 착공한) 저수익공사 준공과 준자체사업 착공 등으로 내년부터 안정적으로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