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금융 시대 해상풍력으로 열자: 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한다 치면 해상풍력에서만 발전량 14.3GW가 확보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약 112조 원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 나아가 2035 NDC를 60% 이상으로 설정한다는 가정하면 필요한 투자 규모는 30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해상풍력 발전량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녹색전환연구소와 기후솔루션은 18일 국회에서 '녹색금융 시대 해상풍력으로 열자: 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차규근 서왕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 주한 영국대사관 등이 함께 열었다.
최 팀장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에 정책금융을 녹색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5대 정책금융 기관들은 이미 매년 36조 원씩 투자해왔고 금융위원회는 여기에 더해 매년 68조 원을 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녹색분야 정책금융은 기대한 것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녹색 정책금융으로 편성된 금액의 태반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와 그레이수소 등 화석연료 산업과 기업 투자 등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2018~2024년 기준 발전분야 녹색채권 부문별 발행액을 보면 LNG가 2조8268억 원, 그레이수소가 1조6191억 원이었던 반면 태양광은 1조4517억 원, 풍력은 4980억 원에 불과했다.
채권 외에 녹색투자도 재생에너지 확보에 직접 투자된 것이 아니라 대체로 기업투자로 들어갔다. 2024년 기준 산업은행의 녹색투자 비중을 보면 발전 및 에너지 분야는 약 5.8%에 불과했다.
최 팀장은 "매년 거의 40조 원씩 녹색 투자에 썼다는 것인데 이것이 정확히 어떤 성과를 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기후대응책으로 제 효과를 냈는지 면밀하게 조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정책금융 편성에도 불구하고 기후투자가 저조한 원인으로는 보수적이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현 정책금융기관들의 기조가 우선 꼽힌다. 정책금융 내에서 기업투자가 에너지 투자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이와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 마상현 산업은행 PF 2실 팀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금융 시대 해상풍력으로 열자: 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에 리스크가 커 기존 정책금융기관들이 꺼리는 기후 분야 투자를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기후투자공사' 설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 팀장은 "현재 재생에너지 분야에는 굉장히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 이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정책금융기관들이 과연 이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창출해낼 수 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현 정책금융기관들은 화석연료 투자 비중이 엄연히 더 큰 상황이며 이에 기후투자를 단행하며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쪽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금융기관들이 투자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두고 국내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정책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마상현 산업은행 PF 2실 팀장은 "산업은행은 이미 약 20여 건이 넘는 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참여하며 국내 프로젝트들에 금융을 활용할 준비를 해왔다"며 "문제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PF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프로젝트들이 PF단계까지 잘 도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정부가 해상풍력뿐 아니라 녹색 분야 전체를 향한 정책금융 투자가 강화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훈 금융위 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는 녹색 전환 사업이라는 것이 민간금융만으로는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정책금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해상풍력과 관련해 말하자면 속도감있게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다행히 이번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 쪽에서 이 부분과 관련된 개선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다양한 부서들과 협의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새로운 공사 설립과 관련해서도 우리 단독 결정 사항은 아니나 정책금융이 강화돼야 한다는 방향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뭐가 효과적인 전략인가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